쇼핑을 마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역시나 전날처럼 류보 백화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저녁 시간에 구글 지도에서 검색되는 식당은 대부분 이자카야인데 혼자 들어갈 레벨까지는 아직 오르지 못해서 식당을 찾고 싶었다.
류보 백화점 지하에는 식당이 세곳 있었는데 전날 먹은 일본식 정식 식당, 파스타와 피자 등을 하는 식당 그리고 한 곳은 뭔지 잘 모르겠던 식당 딱 세곳만 보였다.
보통 백화점은 지하와 위층에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으니 류보 백화점도 위층에 식당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올라가 봤다.
류보 백화점의 위층은 영화관과 비스트로 같은 식당 한 군데만 있었고 뭔가 조용하고 침체된 듯한 분위기였다.
결국 백화점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 보기로 하고 유이레일 겐초마에 역 주변과 백화점 주변 골목들을 돌았다.
소바 가게, 돈까스 가게 등등 있던데 그닥 끌리지 않아서 조금 더 걷다가 눈에 띄는 한 곳을 찾았다.

돼지 돈정 나하 쿠모지 본점(豚とん亭 那覇久茂地本店)
주소 : 〒900-0015 Okinawa, Naha, Kumoji, 1 Chome−4−1 くもいちビル 1F
전화 : +81989759444
영업 :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내부가 넓어서 인원이 많은 가족 단위 손님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입구를 들어서자 말자 왼편에 키오스크가 있다.
일본의 식권 자판기처럼 음식 이름을 적어두고 그 버튼을 눌러야 하는 형식이 아닌 일반적인 키오스크였다.
처음 시작할 때 대부분 화면을 터치하는 것과 달리 이 키오스크는 화면 아래를 스윽하고 지나가 주면 활성화가 된다.
처음 그걸 몰라서 잠시 머뭇거리며 헤매고 있으니 직원이 나와서 알려주더라.
한국어로 언어 변환도 가능하고 음식 사진과 이름이 같이 나와 있었고 우리가 흔히 보는 키오스크 처럼 메뉴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키오스크 쪽에는 책장을 파티션처럼 설치 해 놔서 식당 안쪽으로 가는 시야를 가려 둔 것도 좋았다.
책장에 꽂혀 있는 만화책이나 신문등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줘서 그냥 막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입구쪽에 있는 테이블은 여러명이 앉을 수 있는 곳이라 인원이 대여섯명 이상되는 식구들이 함께 하기에도 좋을 듯 싶었다.
일본은 내부가 좁은 식당들이 많아서 4인 이상이 일행일때는 식당 선택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곳은 그런 제약은 없을 듯 했다.
내부는 ㄱ자 형태로 되어 있어서 주방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2인 테이블들이 있어서 혼자 온 나는 안 쪽으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벽 쪽에는 아주 크게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가장 위의 큰 글씨는 매운된장 스테미나 돼지 돈정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옆의 붉은핵 원 안의 노란글씨는 먹는 방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1. 기울여
테이블에 있는 나무 막대기를 철판 아래에 넣고 기름을 한 쪽으로 모으십시오
2. 녹여
좋아하는 맛이 되도록 수제 비전 된장을 기름에 녹여 주십시오
비전 된장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씩 사용해 주십시오
3. 비벼
녹인 된장에 재료를 비벼 드세요
비전 된장은 취향에 따라 구분해도 된다
난 위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천천히 돌아 봐야 하는데 포스팅을 하면서 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내가 잘못 먹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아래에 있는 내용은 오키나와산 돼지기고기를 사용하고 일본의 양배추를 사용하고 특제유는 오키나와산 돼지고기와 아구(?생선 아귀는 아닌듯 하다)를 사용해서 직접 만든다고 되어 있었다.
비전 된장은 단맛, 비전, 매운맛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식당의 안 쪽 주방 입구에 셀프로 밥과 국을 가져 올 수 있게 되어 있다.
밥은 여러번 리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되지 않을가 추측을 해 봤다.
이 옆에는 된장도 있는데 된장 세트를 테이블로 가져 가야 하는데 그걸 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도 찍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밥은 밥솥에서 바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계로 밥을 담아야 한다.
기계 옆에 밥그릇을 토출구 아래 놓고 원하는 용량의 밥버튼을 눌러주면된다.
밥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은 100g, 150g, 200g, 250g, 300g, 350g, 400g, 50g으로 되어 있었다.
50g이 400g보다 앞에 7번 버튼에 있으니 이걸 잘 보면 된다.
우리의 햇반 보통 사이즈가 210g이니 그걸 기준으로 밥 양을 정하면 될 것 같았다.
난 250g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햇반 하나로 밥을 먹으면 살짝 부족한듯 먹어지니까 250g을 선택했다.
버튼을 누르면 밥이 덩어리채 250g만큼 한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떨어지면서 무게를 측정하고 더 줄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었을 때 밥 양이 164g이라고 나오니까.


국도 셀프로 담아서 테이블에 올려 두고 음식을 기다리면 된다.
테이블에 있는 코팅된 A4 용지에도 벽에 크게 붙은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테이블에 비치된 냅킨통 옆에 작은 나무 토막이 철판을 기울이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젓가락은 흰색 종이에 들어가 있지 않고 노란색 종이였던 것이 조금 눈길을 끌었다.
이때라도 저 설명서를 번역기로 돌려 봤으면 비전 된장을 가지러 다녀 오는건데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저 번역기를 돌려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왜 그랬지? 그 당시의 나.


처음 키오스크에서 장바구니에 담은건 라후테였다.
라후테를 먹어 보고싶어서 담았는데 라후테 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어서 스테이크를 하나 더 담으니 양이 많을 듯 했다.
결국 라후테는 빼고 스테이크만 담았는데 토핑으로 양배추를 더 추가 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문을 했는데 나온 음식은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양배추를 깔고 그 위에 양념돼지고기 스테이크가 올라가 있는 것이었다.
양배추를 추가하고 마늘칩을 추가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칼로 썰어서 나오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먹는것에 불편은 없었다.
단면을 보면 돼지고기가 부드럽게 잘 익혀 진 것이 보이고 껍질처럼 얇은 피에 양념이 잘 베어 있었다.
된장을 따로 가지고 와서 기름에 섞어서 찍어 먹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 상태로 밥이랑 먹었는데 간이 제법 쎘다.
오키나와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간이 쎈 곳이지 싶다.
양배추를 하나씩 먹는 것이 깔끔하니 좋은데 양배추 추가를 하지 못해서 그 부분은 먹다보니 아쉬웠다.
짭쪼롬이라고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짠 맛인데 밥반찬으로 먹기에는 좋았다.
여기에 된장을 더 얹으면 굉장히 짜 질 것 같기도 했다.
기름은 조금 많은 편이라(철판에 기름이 많았다) 양배추를 중간 중간 먹어줘야지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에 밥과 장국 포함 세트 금액인데 1,320엔이었다.
밥과 장국이 무한리필이라고 생각하면 한끼 식사로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된장을 기름에 녹여서 한번 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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