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날이다.
전국이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그런 날.
아침에 식구들이랑 밥을 먹다가 수능이야기가 나오면서 몇년 전 딸의 수능날 아침의 경험을 이야기 했었다.
생각할 때 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던 기억이다.
딸은 이제 대학도 졸업하고 지금은 취준생이다.
몇년이 지난 일이지만 딸도 나도 그 때가 떠 오르면 아직도 아찔 하기만 하다.
딸의 수능날 책이 든 가방보다 더 든든하고 무거운 도시락을 새벽부터 준비해서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나섰다.
딸의 수능시험장은 집에서 차량으로 35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집이 시 외곽이기도 하고 제2외국어 시험때문에 고사장이 집 근처가 아니었다) 그 길은 3/4 정도는 내가 평소 출근하는 길이었다.
평소 출근할 때 도로상황을 잘 아니까 딸에게 큰소리 땅땅 치면서 엄마만 믿으라고 지름길이 있다고 했다.
잘 모르는 길 같으면 예상시간보다 빨리 집에서 출발 했을 건데 이미 잘 아는 길이고 평소 길이 막히지 않는 곳이라 집합시간 10분전 즈음에 도착 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여유를 두고 집에서 나섰다.
내가 출근하는 길은 막히는 것도 없이 순조로웠다.
출근길을 쭈욱 따라 달리다가 고사장이랑 직장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곳에서 직장은 직진이고 고사장은 우회전을 해야 하기에 우회전을 했다.
작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면 2~300미터 정도는 편도 2차선처럼 되어 있어서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2차선이 끝나는 부분에는 편도 1차선으로 바뀌면서 그 앞에 짧은 터널이 있는데 터널 입구에서부터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편도 1차선이라 추월도 못 하는 곳인데 심지어 터널 안.
꼼짝달짝 못하는 그 순간부터 갑자기 불안해지고 등에서 식은땀은 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딸도 그때부터 불안해 하고 좀처럼 앞으로 가지 않는 차량들과 겨우 겨우 앞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그 순간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결국 울음 터트린 딸은 112로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했지만 경찰도 꽉 막힌 그 곳을 제때에 올 수 없으니 터널 중간에서 차에서 내려 가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 딸을 보면서 정말 이러다 시험 못 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안했었고 딸이 없는 상황에 고사장 앞에까지 가 보기도 했다.
혹시나 딸이 시험장에 못 들어갔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에게 물어보니 터널을 달려서 가는 중에 경광등을 켜고 역주행으로 오던 경찰차를 만났다고 한다.
그 경찰차에 올라 타서 가는 도중 딸과 같은 생각으로 달리던 다른 수험생 두명을 더 태워서 학교 교문이 아닌 운동장까지 차로 들어갔다고 했다.
수험장은 산 중턱에 있는 학교인데 교문은 산 아래 있고 거의 등산 하듯이 경사가 큰 비탈길을 제법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시험장에 늦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시험을 다 본 딸은 해맑게 웃었었다.
시험 결과는 그닥이었지만 그리고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경찰차를 우리가 언제 타 보겠냐고 했지만 아직도 그때의 그 긴장감이란.
그때의 경험으로 이미 아는 길이라도 시험장에 갈 때면 30분이상 여유있게 도착하도록 한다.
두번다시 그런 경험은 하기 싫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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