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주요 목적지인 야마구치는 일일버스투어를 신청했고 나머지 날에 갈 곳들을 찾아야 했다.
여기 저기 찾아보다 알게 된 기타큐슈 시립 이치노타비(생명의 여행) 박물관이라는 길쭉한 이름을 가진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이 많이 길어서 이제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호칭하려 한다.
카페 드 판판에서 가볍게 커피와 빵을 먹고 난 다음 고쿠라역으로 향했다.
이때만 해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정도라서 여행을 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고쿠라 역으로 가다가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고 주변도 돌아 봤다.
여행의 묘미는 내가 살고 있는 곳고 다른 모습들을 보는 것도 있으니까.
기차를 타고 잠시 이동해서 스페이스 월드역에 하차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는 있지만 이동이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우산을 쓰고서 가볍게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스페이스 월드역 다음 정류장이 야하타 역이라서 이정도 비만 온다면 자연사 박물관을 보고 난 다음에 잠시 쇼핑을 하고 시라쿠라산 전망대까지 갔다가 고쿠라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동선이었다.
시라쿠라산 전망대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많이 남는 것 같고 이른 시간에 갔을때 흐린 날씨로 인해서 노을이 없으면 아쉬울 것 같지만 동선을 생각하면 최적이었다.
스페이스 월드역 주변으로는 자연사 박물관 외에도 두개의 박물관이 더 있고 키타큐슈 아울렛과 이온몰이 있다.
키타큐슈 아울렛은 역에서 연결통로가 있어서 바로 진입을 할 수 있었고 아울렛과 이온몰은 붙어 있었다.
건물의 일부가 이온몰이고 다른 일부는 아울렛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자연사 박물관을 보고 시간적 여유가 많으면 다른 두개의 박물관도 보면 좋을 듯 한데 사실 다른 두개의 박물관은 그닥 끌리지 않았다.
한 곳은 과학박물관이었고 다른 한 곳은 아트 뮤지엄이었던 것 같은데 아이도 없이 동년배들과 온 여행에 박물관은 자연사 박물관 한 곳으로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스페이스 월드역의 주차장 맞은편에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 봤지만 펜스로 막혀 있어서 조금 돌아서 가야 하지만 그닥 멀지는 않았다.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에 유모차를 밀며 가는 젊은 엄마를 만났는데 아이에게 하는 말이 한국어였다.
우리처럼 여행을 온 사람은 아니었고 이곳의 주민인 듯 했다.
내심 반가웠지만 우린 그냥 시크하게 그 옆에서 우리의 목적지까지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자연사 박물관의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입장료는 대인 600엔이고 고등학생 및 대학생은 360엔, 초,중학생은 240엔이었다.
시립 박물관이라 그런지 입장료는 비싸지 않았는데 주변의 다른 박물관은 사설 박물관인지 입장료가 꽤 비싼 편이었다.
가 보지 않았고 구글에 뜨는 입장료 정보가 한 곳은 2천엔이 넘었고 과학박물관은 3천엔이 넣었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우산꽂이가 있었는데 비닐을 사용해서 관람객이 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산꽂이에 꽂고 키를 관람객이 가지고 있다가 나갈 때 열고 가지고 가면 된다.
무료 사용이 가능 한 것이라 꽤 괜찮은 시스템인 듯 했다.
비닐 사용도 없고 우산을 잊어 버릴 일도 없으니까.
1인당 6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티켓을 발매했다.
당연히 키오스크 발매였고 한국어 지원이 되는 기기였다.
티켓 아래 있는 숫자 적힌 키는 우산꽂이의 키이다.
이제 박물관으로 들어가면 된다.
박물관 내부로 입장하자 말자 바로 보이는 모습이다.
아마도 티라노사우르스로 보이는 거대한 공룡의 뼈가 우리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공룡의 이름을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거대하게 발달한 턱뼈와 덩치에 비해 아주 작은 앞발 그리고 잘 발달한 뒷발과 꼬리의 모습은 누가 봐도 티라노사우르스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박물관으로 입장하자 말자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우와 하는 감탄이 나오게 된다.
생각해 보니 딸을 키울 때도 이런 자연사 박물관은 가 보지 않은 듯 싶다.
문화재가 전시된 박물관은 갔었고 공룡 박물관도 갔었지만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뼈가 전시 된 곳은 못 가본 듯 했다.
1층의 중앙부가 꽤 넓고 긴데 그 곳을 모두 공룡의 뼈가 전시되어 있었다.
저 뼈들이 진짜일까 아니면 모형일까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 했지만(이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결론은 모형이 아니겠냐로 났다.
저 많은 공룡의 뼈들이 진짜라면 공룡이 발굴될 때마다 학계가 술렁이지는 않았겠지 싶다라는 아주 이성적인 판단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중앙의 공룡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시간이 흐를 정도로 흥미로운 전시이기도 했다.
공룡뼈를 보다가 중간에 발견한 공연? 영화? 안내문이다.
사실 이걸 보려고 본 것은 아니고 안 쪽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나오는데 어린 아이 한명이 나오다가 입구를 지키는 직원에게 뭐라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일본어는 전혀 못 알아 듣지만 아이는 뭔가 흥미롭고 흥분된 경험을 한 듯 했고 그 걸 직원에게 이야기 하고 직원은 웃으면서 들어주는 듯했다.
그 아이와 부모 일행이 가고 난 다음 직원에게 시네마? 라고 했더니 예스라는 답을 받았다.
그래서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는 동굴처럼 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그러나 정말 띄엄 띄엄 전시물이 있고 길이가 꽤 길었다.
그 통로의 길이만 봐도 규모가 상당한 박물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을 따라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내부에는 작은 공간이 나온다.
크지 않은 곳인데 공룡들이 움직이고 조명이 번쩍이고 정글에서나 들을 듯한 소리가 나온다.
아마도 공룡의 생활? 삶? 이런걸 설명하는 것 같은데 스크린에 나오는 영화는 아니었고 모형이 동일한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곳이었다.
직원이 열심히 일본어로 설명을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 들으니 그냥 눈 앞의 모습들만 보기만 했다.
공룡들은 단순히 움직이는 정도이지만 음향이량 조명때문에 스케일이 제법 크게 느껴지는 공연? 이었다.
약 8분정도 공연을 하는 듯 했다.
공간은 둥글게 되어 있고 천장은 높고 둥글어서 앞의 목이 긴 공룡(이름을 알듯 말듯)의 움직임과 뒤의 화산과 하늘의 변화를 봤다가 뒤 돌아서 밀림 속에 있는 공룡들을 보기도 했다.
아마도 저 공룡은 벨로시랩터가 아닐까 추측을 해 본다.
내가 아는 공룡이라고 해 봐야 소설 쥬라기 공원과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뒤이어 지는 시리즈들을 보면서 본 것이 다 이니 그 짧은 지식으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곳은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위의 영상은 공연 중간에 찍은 동영상이다.
소리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너무 박진감이 넘쳐서 일본어를 하나도 못 알아 듣지만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매력이 있었다.
공연을 보고 난 다음 밖으로 나와서 이것저것 보다보면 2층인지 3층인지 올라가게 된다.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공룡뼈의 모습들은 또다른 분위기였다.
천장에도 공룡뼈들이 많이 매달려 있으니 이것저것 보는 즐거움도 큰 곳이었다.
박물관 중앙에 공룡뼈가 전시되어 있고 양쪽으로는 다른 전시물들이 있었다.
공룡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석, 돌, 곤충, 바다생물, 포유류, 조류까지 망라되어 있어서 볼 거리가 꽤 많았다.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여러 생물들의 박제에서부터 생태에 대한 것까지 있었다.
이런쪽에 관심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한번은 꼭 방문해서 보면 좋을 듯 하다.
사진을 찍자면 한없이 찍어 질 것 같아서 중반 부터는 사진도 찍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안내문이 서 있으면 그 곳에 영어, 일본어, 한국어가 같이 표기 되어 있었다.
물론 설명문에는 한글이 없지만 제목에라도 한글이 표기 된 것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였다.
박물관을 다니면서 한글 표기가 있는 곳은 내 경험 안에서는 이 곳이 처음이었다.
소설 쥬라기 공원의 모태가 된 호박 속에 갖힌 모기가 이 곳에도 전시가 되어 있었다.
제법 큰 사이즈여서 눈으로도 보이는 모기였다.
역시 소설도 기본은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걸 이 걸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너무 터무니 없는 상상력의 소설은 판타지이지만 그 판타지의 기본 배경에는 사실적 고증도 함께 들어 있으면 더 흥미를 끌수 있으니.
나 조차도 이 곳을 보고 특히 이 호박속의 모기를 보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아주 작은 분량이지만 인류에 대한 전시물도 있었다.
사실 처음 이 박물관으로 간다고 계획했을 때 기대는 거의 없었다.
이제와 자연사 박물관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연히 찾은 곳이라 살짝 시간 떼우기용으로 넣어 둔 코스였다.
하지만 내부는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박물관으로 들어 올때는 빗줄기가 약해서 걷기 좋았지만 관람을 끝내고 나가려고 보니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러워 근처 이온몰로 가서 잠시 돌아봤는데 이온몰 사진은 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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