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쌀국수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며칠 안 먹으면 쌀국수를 먹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딸이다.
심지어 본인은 혈관에 쌀국수 육수가 흐르고 피부는 쌀국수 면으로 만들어 져 있을거라는 농담을 할 정도이다.
그러니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쌀 국수 집을 봤다면 딸과 함께 가 봐야 했다.
전통베트남쌀국수
전화 : 052-4057-2348
주소 : 울산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100(서부리 39-5)
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가게 앞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골목 안쪽 길가에 주차를 해야 한다.
작은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이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일년 정도 되었지만 낮에 봤을 때 가게가 운영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정도의 외관이라 살짝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사진은 찍어 두고 나중에 딸과 함께 한번은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굳이 일부러 갈 필요는 없는 듯 해서 뇌리에서 사라진 곳이기도했다.
그러다 딸이 집에 왔고 쌀국수를 먹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 맛집을 못 찾았고 그래서 기억 저 깊은 곳에서 이 곳을 끄집어 올릴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갔을 때 첫 느낌은 과연 이 곳이 식당으로서 영업을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매장의 한쪽 벽면에는 선반이 있었고 그 곳에는 베트남 식재료와 과자류 들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유리문으로 된 영업용 냉장고 안에도 식재료들이 정신없이 쌓여서 있어서 과연 저기에서 식재료들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테이블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고 뭔거 어수선하고 너저분한 느낌이었다.
기본적으로 양념들이 테이블 위에 있기는 했는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양념통의 라벨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양념통의 라벨을 보면 다이소 제품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다이소 라벨은 접착력이 그닥 세지 않아서 제거가 아주 쉬운 편이다.
그런데 그 라벨이 아주 온전히 물에 젖어서 우글거리는 느낌도 없이 붙어 있는 것을 봤으니 이건 뭐 두말 할 필요는 없지.
문제는 다이소 양념통 두개 중 중앙에 있는 고추양념은 직접 만든 것 같기는 한데 쌀국수에 넣어 먹으니 맛은 좋더라는 것.
메뉴판은 아주 깔끔한 느낌으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위생적으로 깔끔하다는 것이 아니라 메뉴를 찾아 보기 쉽게 사진과 이름과 가격이 어지럽지 않게 배치되어 깔끔해 보였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딸때문에 왔으니 당연히 쌀국수를 주문하기로 했는데 딸이 쇠고기 쌀국수를 주문할 테니 나에게는 해물 쌀국수를 주문하라고 했다.
난 개인적으로 반미가 먹고 싶어서 반미도 하나 추가했다.
가격은 쌀국수는 쇠고기쌀국수가 8,000원이었고 해물 쌀국수가 9,000원이었다.
반미는 1개 6,000원이었고.
사이즈는 일반적으로 中 사이즈인데 大 사이즈는 각각 1,000원씩 더 비싸다.
쌀국수 외에도 베트남 음식들이 여러 종류인데 딸은 오로지 쌀국수를 원했고 난 반미를 추가했으니 다른 음식을 더 주문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주문을 하고 꽤 시간이 걸려서 한꺼번에 나왔다.
반미를 먼저 해 주거나 쌀국수를 먼저 내 주거나 했으면 먼저 먹으면서 다른 음식을 천천히 준비해서 내 주면 될 텐데 주방에 혼자 근무하는 듯 했는데 음식이 같이 나왔다.
비쥬얼 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해물 쌀국수는 쇠고기 쌀국수에 새우 4마리와 해산물 가루로 추정되는 것이 토핑되어 있었다.
같이 나온 것으로는 레몬 조각과 베트남고추, 단무지, 고수였다.
딸이 고수를 못 먹기에 고수는 따로 달라고 요청을 해서 받았다.
사진에서도 보일 지 모르지만 단무지의 색이 물에 오래 담궈둬서 뭔가 색이 빠진 어중간한 상태였고 고수는 시들지는 않았는데 오래 되어서 노랗게 변색이 시작되는 그런 고수였다.
즉 냉장고에서 물러지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 자리에서 늙어버린 고수라는 의미였다.
음식을 받는 순간 뭔가 실망스러운 상태였다.
가장 기본적인 쇠고기 쌀국수이다.
일단 육수는 쌀국수 특유의 육수 맛이 아닌 우리나라 설렁탕의 육수맛같았다.
쌀국수 육수는 쇠고기를 삶고 거기에 향신료? 조미료?를 조금 더 해서 특유의 맛을 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여튼 이러나 저러나 쌀국수 특유의 맛이 아닌 설렁탕 맛의 육수에 너무 푹 익어 버린 쌀국수 면이 들어 있었다.
쌀국수를 너무 오래 삶은 건지 아니면 쌀국수를 먼저 만들고 반미를 만들면서 국수면이 너무 오래 익혀진 것인지 불어서 아무런 식감도 없어진 쌀국수 면이 육수에 들어가 있었다.
거기에 쌀국수에 올라간 쇠고기는 덩어리 고기를 충분히 삶아서 육수를 내고 칼로 얇게 썰어서 올린 것이 아니라 정육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불고기용 쇠고기를 삶아서 익힌 고기였다.
즉 이 곳의 쌀국수는 쌀국수가 가지는 장점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쌀국수였다.
해물쌀국수는 쇠고기 쌀국수에 새우 4마리와 해물 가루로 추정되는 가루가 올려져 있었다.
새우는 크고 실해서 1,000원을 더 주고 해물 쌀국수를 주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해산물 특유의 맛은 없었다.
이 쌀국수 역시 면은 아주 푹 익어서 식감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고 육수는 설렁탕 육수 같았다.
이렇게 일관되게 설렁탕 육수 맛을 내기도 어려울텐데 이 곳은 그것을 해 내고 있었다.
육수가 맛이 없는데 쌀국수 면도 너무 익어서 식감도 없다보니 맛있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다 먹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행히 다이소의 라벨을 아주 정상적으로 붙이고 있는 통에 든 고추 양념을 뿌려서 고수와 함께 먹으면 그나마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위 사진에서도 보이겠지만 고수가 아직 어리고 여려서 노란색이 아닌 파란색에서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그런 노란색의 고수였다.
줄기는 거의 없고 풍성한 잎이 많은 고수였지만 냉장고에서 오래 버티면서 세월을 보낸 고수를 보는 순간 이 곳은 두번은 오지 말아야 겠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미는 반으로 잘라져서 나왔다.
처음 테이블에 세팅된 사진에서 봤겠지만 반미는 포장 봉투에 든 쌀 바게트였고 반미를 만들어서 그 봉투에 그대로 담아서 접시에 올려져서 나왔다.
반으로 잘라져서 딸과 반반 나눠서 먹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가 반미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렇게 맛이 없는 샌드위치가 나올 수 있음을 알았다.
일단 쌀바게트가 축축하니 눅져서 빵자체가 질겼고 내용물은 이것 저것 많이 들어갔는데 조화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수는 따로 달라고 요청해서 딸은 고수 없이 난 고수를 따로 얹어서 먹었는데 고수 향의 아니면 고기를 양념한 특유의 향이 살짝 거슬릴 정도였다.
딸이랑 나는 이 곳에서 먹고 나와서 두번은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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