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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너무도 이쁜 말만 하는 구나 (feat.오지랖)

by 혼자주저리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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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포지션에 따라 어느 정도 자신이 챙기고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최고결정권자, 관리자, 중간 관리자, 실무자 등등 그들이 가지는 규정된 업무 외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지만 챙기고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역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보스가 시작한 식당. 

그 곳에 조리원 한명이 주방을 책임지고 일을 하고 있다. 

오픈한지 거의 일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인데 여태 그 조리원은 평일에 전혀 쉬지를 못했다. 

물론 단독 사업장에 주 5일 근무로 토, 일 다 쉬었고 늦게 출근하고 점심 한끼 책임 지고 난 다음 일찍 퇴근하니 다른 근무자들에 비해 시간이 좋아서 연차, 월차 개념이 없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문제는 한달 안에 근무 시간이 하루에 8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따로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고 우리 업체 사업자 등록으로 운영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상시 근로자가 많은 업장이다. 

그러니 주 15시간 이상 근무는 당연히 하는 거고 이 조건이라면 1년 미만 기간 동안 연차유급 휴가는 매월 개근 시 마다 1일씩 발생해서 연 최대 11개가 된다. 

그런데 그 조리원은 혼자 근무해야 하는 업장 특성 상 출근 시작하고 단 하루의 연차도 사용하지 못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7월 말 경 우연히 그 조리원을 봤는데 살이 쏙 빠져서 너무도 힘들어 보였다. 

살이 너무 빠졌다고 했더니 너무 더워서 그렇다고 하는데 조리원이 근무하는 주방에 창문도 제대로 없고 주방 내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으며 휴게실에도 에어컨이 없었다. 

이 더운 여름에 불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주방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너무 지친 상황. 

며칠 전 우연히 팀장이랑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물어 봤다. 

그 조리원 여름 휴가는 어떻게 하냐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팀장 왈 얼굴 확 굳히면서 내가 얼마나 챙겨줬는데 그렇게 불평불만 많을 것 같으면 그만두라 그래라. 

팀장이 그 조리원을 얼마나 챙겨 줬는지 난 모른다. 

난 더운 여름 날씨를 생각했고 살이 쏙 빠져서 힘겨워하는 조리원을 기억했고 조리원이 연차나 휴가를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라 여름 휴가라도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싶은 태평양 같이 넓은 오지랖이 발동했을 뿐이었다. 

조리원이 그 식당에 근무를 하게 된 것도 식당 오픈 준비를 할 때 내가 들쑤신 것도 무시 못하니 약간의 책임감도 있었다. 

그런데 팀장의 반응이 너무 심하게 튀어 나왔다. 

본인의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너무도 쉽게 그만두라 그래라 라는 말이 나오다니. 

마음 같아서는 진짜 네가지 없이 말하네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직급이 강패인거고 주변에 다른 직원들도 있었기에 와 정말 밉게 말한다 라고 해 버렸다. 

맞다. 

나도 나보다 직급이 높은 팀장한테 그렇게 말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밑에 일하는 직원에 대해서 너무도 쉽게 그만두라라는 말을 내 뱉는 팀장의 모습은 상사로서 가질 수 없는 모습이기에 속마음과 달리 조금 순화해서 뱉었다. 

보스랑 팀장은 본사 소속 정직원으로 우리 업장에 파견근무 중인거고 나를 비롯한 우리 직원들은 분리된 계열사 소속 무기계약직일 뿐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직급의 차이. 

그 직급이 뭐라고 너무도 쉽게 나오는 그만두라는 말. 

처음 식당 오픈할 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조리원 섭외를 하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듯이 데려와 놓고 이제는 그렇게 팽 하는 듯한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럽다. 

보스고 팀장이고 믿고 일하기에는 부족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최소한 당신 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큰 실수가 없는 한 그만두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업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실수 또는 의도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다면 단호하게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업장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아닌 근무 환경에 대한 투덜거림과 휴가 이야기에 그만두라는 말이 쉽게 나오다니. 

휴가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조리원도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이니 설명하고 또 조금은 달래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중간 관리자로 거의 20년을 근무했던 나로서는 매섭게 할 때는 하고 달랠때는 달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챙겨 줄 건 확실히 챙겨 주고 아닌 것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휴가를 줘야 할 것 같으면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 하고 만약 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면 단호하게 휴가는 없다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런데 그만두라 해라 라고 하다니. 

정말 너무 쉽게 나오는 말이 정말 쉽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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