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보카도 발아에 꽂혔었다.
그 당시 5개의 씨앗을 발아시키기에 도전했지만 유일하게 하나의 씨앗에서 아보카도 뿌리가 나왔었다.
나머지는 곰팡이가 피는 바람에 모두 정리하고 뿌리가 나온 그 하나의 아보카도만 제대로 키워보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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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던 아보카도는 화분에 심었고 그 상태로 3~4일마다 물을 주면서 싹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아침에 베란다로 보내서 햇빛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하고 저녁이면 쌀쌀해 지니 집 안으로 들이는 등 내가 여태 키워 온 식물들 중 가장 공을 들인 듯 싶다.
3월 11일에 싹이 비죽이 올라 온 사진을 찍었다.
앞서서 싹이 보이는 것도 사진을 찍어 뒀어야 하는데 그때는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이만큼 싹이 자라 났을 때 사진을 찍을 생각을 했고 찍은 사진에 날짜를 남겼다.
발아 시켜서 싹이 올라오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서 그렇지 막상 싹이 올라오니 자라는 속도가 장난 아니게 빨랐다.
11일 사진과 16일 사진의 차이가 꽤 크게 보이니까.
끝에는 연한 연두색의 잎이 보일 듯 말 듯 이때부터 사람 애를 태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더욱더 신경써서 날씨 앱을 체크하고 날이 따뜻하면 베란다로 보내고 날이 쌀쌀하면 집 안에서 하루를 보내게 하는 등 꽤 신경을 썼다.
아보카도가 원래 따뜻한 곳 아니 뜨거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밤의 쌀쌀한 기온도 못 이기지 않을까 꽃샘 추위도 못 견디지 않을까 안절부절 신경을 이 화분 하나에 모두 집중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잎이 펼쳐졌다.
작은 화분에 작게 키우는 다육이들이랑 다르게 키가 갑자기 쑤욱 올라와 버렸다.
이때부터 갑자기 안절부절 내가 과연 이 아보카도를 잘 키울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이 아이에게 필이 꽂혀 있으니 매일 매일 날씨도 확인하고 온도 체크하고 아침에 베란다 냈다가 오후에 들여 오는 등 신경을 쓰지만 이 며칠이 지나면 한달에 한번 다육이 물 줄 때 같이 물 주는 정도만 되지 않을가 싶기도 했다.
내 손에서 제대로 못 큰다면 그것도 문제라 주변에 이 상황에 대해 알렸다.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내 이야기를 듣던 사무실 직원이 본인이 키워 보겠다고 했다.
내가 여태 다육이만 키워봤고 그 다육이도 잘 키우고 멋지게 수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작게 작게 그냥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키우는 걸 알고 있으니 키가 엄청 커지는 아보카도는 감당 못 할 거라는 걸 그 직원도 알고 있었다.
그 직원은 화분도 잘 키우는 편이고 특히 그 직원의 친정 어머니가 식물을 좋아하고 잘 키우는 분이라 키워보겠다는 그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괜히 책임지지 못 할 일을 시작한 듯 싶다가 다행이라는 생각뿐.
위 사진을 마지막으로 아보카도는 직원의 집으로 이사를 갔다.
직원 집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크고 있다고 한다.
키도 너무 쑥쑥 자라고 잎도 아주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3년이상 잘 키워서 아보카도 열매 맺어 보라고 했더니 직원은 웃더라.
나처럼 뒷감당 못할 인간에게서 발아해서 결국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간 아보카도에게 잠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에는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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