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이 개봉을 했을 때 호기심은 있었다.
그런데 딱 호기심만 있었을 뿐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시내까지 나가는 것이 귀찮았던 감정이 더 컸었다.
신정 연휴 왓챠에 나이브스 아웃이 올라왔길래 그 당시의 호기심을 기억하며 보기를 했는데 그때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개봉 : 2019년 12월 4일
감독 : 라이언 존슨
각본 : 라이언 존슨
출연 : 다이엘 크레이그(브누아 블랑) 크리스 에반스(랜섬) 아나 디 아라마스(마르타) 크리스토커 플러머(할란)
제이미리 커티스(린다) 토니 콜렛(조니) 마이클 새넌(월트) 돈 존슨(리처드) 키스 스탠필드(엘리엇) 캐서린 랭포드(맥)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가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함께 탐정 브누아 블랑이 파견되는데.
일단 영화의 화면이 너무도 감각적이다.
미국 영화지만 이 영화는 영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내 감상도 일종의 편견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국의 느낌이 강하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후기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미국 배경의 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영국 배경의 고전추리 소설을 영화한 듯한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편안하게 감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편안하게 봤다고 해서 재미가 떨어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의외로 끝까지 범인이 누구일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의심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졸깃한 감정으로 지켜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였다.
추리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할란의 85세 생일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그들은 즐겁게 할란의 생일을 축하하고 파티를 즐겼다.
다음날 가장 눈에 띄엇던 컵의 문구 my house, my rules, my coffee(나의 집, 나의 규칙, 나의 커피)가 눈에 뙇 들어오는 아침을 챙겨든 여인이 할란의 방으로 올라간다.
침대에 할란이 없자 그녀는 윗층의 방으로 올라가고 문을 여는 순간 놀라게 된다.
할란이 소파에서 죽어 있었던 것.
이렇게 사건은 시작이 되었다.
경찰들은 자살로 단정을 지었지만 가족들을 면담을 하고 그 경찰의 뒤에서 탐정 블랑이 참견을 한다.
참견할 때 피아노 건반을 눌러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모습이 꽤 시크해 보였다.
이때 조금 신경이 쓰였던 건 가족들이 파티때의 상황을 이야기 할 때 다들 본인이 유리하게 각색이 되어 설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할란이 생일 초를 끌 때 옆에 있었던 사람은 말하는 식구들마다 다른 사람이 서 있는 장면으로 설명이 되었다.
이러니 이 식구들 모두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블랑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배우는 비록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이지만 눈동자가 너무 강렬하게 기억이 된다.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배우지만 그 중에서도 눈동자가 너무 강하게 뇌리에 남는 배우.
너무 사소한 것에 꽂히는 나라는 사람은 이 영화에서 007이 아닌 블랑을 보게되었다.
사실 007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 배우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었다.
그 전 본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다니엘 클레이그 배우가 본드를 하면서 한편 정도 보고 더 이상 007을 보지 않았으니까 매력을 더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여튼 이 영화에서 배우의 매력을 본 듯 하다.
이 영화에서 블랑은 매력적이었으니까.
할란의 죽음에 대한 사전청취를 하면서 할란의 간병인인 마르타가 집으로 불려 온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대우를 해 주는 듯 한 마르타.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가족들은 마르타를 가족이 아닌 고용인으로만 대한 것이 눈에 보인다.
역시 고용인은 고용인인건가 싶기도 하고.
마르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가족들에게 빌미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이 가족들은 영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숨겼던 이면이 드러난다.
마르타를 비롯 가족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 몰아치지만 영화는 격정적이지도 않고 호흡이 가빠지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물 흐르듯이 흐르지만 모든 사람을 범인의 범주 둘 수 있도록 조정을 미묘하게 잘 한다.
덕분에 이 영화는 보는 순간마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저 사람이 범인인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중간 부분은 딱 한명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 시키도록 만들어 두고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도록 하지만 그때는 그 감정에 몰입을 하고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말 잘 짜여진 플롯이라고 해야 하나?
거짓말을 하면 토하는 마르타가 영화의 키가 되어 준다.
블랑은 마르타를 조수처럼 데리고 다니면서 수사를 진행한다.
할란이 자살을 한 것은 맞지만 그에게 돈을 보내고 수사의뢰를 한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
그래서 이 영화는 긴박하기도 하고 느슨하기도 한 감정을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이끌어간다.
강 약 중간 약 이런 템포가 없고 쫄깃함도 살짝 흐물흐물 함도 살짝 그럼에도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영화를 잠시 멈춤 하지 않도록 하는 매력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중간 중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뇌리에 남는 대사는 그 대사를 그대로 적어두기 위해 영화를 보는 도중 처음으로 일시 멈춤을 하게 만들었다.
"옳고 그름의 모호한 경계는 진실이 아니라 찾아 낸 진실을 쓰는 방법에 있다."
뭔가 와 닿는 말이었다.
추리, 수사,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저 말이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가끔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범인들을 대하는 경찰, 탐정들의 딜레마에 대한 답이라고 해야하나?
저 대사는 꼭 적어 두고 싶었다.
범인은 외외였지만 의외가 아닌 그런 인물이다.
살짝 의심은 했지만 앞서 별 말이 나오지 않았기에 하지만 상황은 그리 흘러가는 모호함.
그 모호함이 아마 나의 편견 또는 감정의 이입에 따른 결과가 불러 온 것일 수 있다는 건 인지를 하고 있다.
완전히 객관적으로 본다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감독의 의도한 주변의 상황들에 침몰해서 아리송한 느낌으로 보게되었었다.
그러니 범인이 밝혀저도 놀랍지도 않지만 의외라는 느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본인이 죽고 나면 엉망진창이 될 자식들에 대한 할란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 본다.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조용하게 본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재미있게 봤고 즐거웠고 흥미진진했으며 편안했다.
주변에 다 같이 보자고 하고 싶은 그런 영화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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