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이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휴일이라다.
전 세계적인 축제지만 그 축제에 휩쓸리는 것 보다는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이 더 좋은 거다.
올해는 코로나로 크리스마스 축제도 옛날만큼 화려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니.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니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기 전에 예전의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 하나가 떠 올랐다.
취업을 하고 첫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종교적으로 크리스마스가 명절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세계적인 축제의 날인거는 그때나 지금이 나 마찬가지였다.
취업을 했었고 얼마 받지 못하는 월급이지만 꼬박꼬박 꽂히는 통장 잔고에 카드도 만들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카드 만들기가 어렵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취업만 되면 바로 카드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정확하게는 크리스마스날이 아닌 크리스마스 이브날 친구들과 약속을 했다.
애인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는 못할 망정 홀로 집에서 식구들과 보낼 수 없다는 다짐에 그 당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뾰족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한쪽 어깨에 맨 채 번화가로 나섰다.
번화가는 말 그대로 화려했다.
번쩍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용 전구들로 상가들은 휘황찬란했고 상점에서 틀어 둔 노래와 길거리 카세트 테이프를 파는 노점에서 틀어놓은 크리스마스 케럴로 거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많은 사람들이 밀려 오고 밀려가는 그 길목에서 친구들과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휩쓸려 다녔다.
그 당시 핫했던 선물의집에 가서 작은 소품들 구경도 하고 백화점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도 들었다 놨다 하고.
그 당시의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반짝거렸던 그 느낌은 뇌리에 남아 있다.
한참을 웃고 떠들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렇게 얼마나 다녔을까 저녁을 먹기위해 그 거리에서 핫 플레이스로 유명했던 경양식집을 찾아 들어갔다.
그 시기에는 식당 예약 이런건 정말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그런 일이었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우아한 사모님들이 호텔 식당을 예약하는 정도로만 인식이 되어 있는 시기.
당연히 크리스마스 이브의 핫한 날에 그 곳에 빈 테이블이 있을리가 없었다.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건 정말 못할것 같아서 우리는 그곳을 나와서 다른 곳을 찾았지만 빈 테이블이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는 예전부터 이 거리에 오면 자주 갔던 칼국수 집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이날만은 그 칼국수 집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뜨끈한 칼국수는 맛있엇고 배두드릴 정도로 먹고 난 다음 다시 경양식 집을 순회했다.
커피숍보다는 다방이 더 많았던 시절이라 경양식집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도 커피만은 경양식집에서 분위기를 잡고 마시자며 몇군데를 돌아돌아 한 곳에서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커피까지 마시고 난 다음 계산을 위해 한쪽 어깨에 항상 걸려있던 핸드백을 여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핸드백의 한쪽 면에 선명하게 나 있는 칼 자국.
당연히 지갑은 없었다.
언제 이런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일단 근처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전화번호부를 뒤져 카드사에 먼저 연락을 했다.
그 당시에는 공중전화 박스도 있었고 백과사전보다 두꺼운 전화번호부책도 있었다.
카드사에 연락을 하니 언제쯤 잊어버렸냐고 묻는데 모르겠다는 설명밖에 할 수가 없었다.
친구를 만난 시간 이후로 확인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확인 했다고.
그때 카드사에서 확인해 준 바로는 32만원어치 카드 사용 내역이 뜬다고 했다.
24년 전이었으니 32만원은 그 당시 큰 돈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일단 사고 접수는 해 주겠다고 사고 접수가 되면 2만원정도 내가 부담을 하고 나머지는 카드사에서 알아서 해결을 한다고 했다.
그때 지갑에 현금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지금 내 기억 속에는 그 당시 카드가 부정사용이 되었고 사고 인정이 되어서 나에게 큰 피해 없이 해결이 되었다는 것만 남아 있다.
그 뒤로 크리스마스같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 번화가에 가는 건 하지 않는다.
축제 참석도 제대로 하지 않는 편.
차라리 축제가 지나고 난 다음 조용할 때 가 보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다.
별 것 없는 크리스마스의 추억. 나에게 축제가 아닌 휴일이 된 이유를 회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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