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이웃을 맺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블로그들을 방문해서 그들의 글을 읽는 걸 즐긴다.
회사일을 하는 짬짬히 길지 않은 잠시 동안 블로그의 글 한두개 읽으며 휴식을 하고 다시 일을 하는것이 반복되는 루틴이다.
티스토리는 메인에서 분류 중 라이프와 여행, 맛집 카테고리에 올라온 글들 중 제목이 끌리는 글을 읽는 편이지만 대부분 초록창의 블로그 추천글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초록창의 블로글 주제는 리빙, 푸드, 여행, 영화, 동물공감 등의 분류에 잘 들어간다.
리빙에 분류된 글들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관음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을 보면 나랑 다르게 사는 사람이 참 많구나 싶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에서 나만 게으른가 싶은 마음이 가끔씩 든다.
가장 대단하다고 느꼈던게 종량제 봉투를 한 묶음 구입해 와서 그걸 일일이 부피가 작게 접어서 수납하면서 사용하는 사람들.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봉투 보관함을 구입해서 종량제 봉투, 지퍼백, 위생팩등을 본연의 통이 아닌 보관함에 일괄되게 보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 대단한 사람들은 시장이나 기타 쇼핑에서 딸려 오는 비닐봉지도 아주 작게 접어서 보관하더라.
그걸 일일이 어떻게 접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난 종량제 봉투는 묶음 그대로 서랍 하나에 툭 던져 두고 한장씩 빼 쓴다.
외부에서 들어온 비닐 봉투는 그냥 한번 중간에 묶어서 커다란 비닐 봉투에 모았다가 필요 할 때 하나씩 쓴다.
그것도 아마 집에 가지고 들어오는 것 보다 다시 쓰는게 안 되어서 큰 봉투 아래 깔려 있는 비닐봉지는 몇년씩 그 안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그게 싫어서 비닐봉투를 모두 정리해 버렸지만 말이다.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청소도 정해 놓고 매일 하는 것 같았다.
난 설겆이 밀리는 건 싫지만 청소는 너무 너무 하기 싫은데 특히 화장실 청소가 너무 싫어서 샤워하면서 화장실도 휘뚜루 마뚜루 물 샤워 시키고 최대한 버틸때까지 버티는 편이다.
그런데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들 보면 화장실 청소도 정말 자주 깔끔하게 하는 것 같다.
청소 후 스퀴지로 물 닦이까지 완벽하게 한다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난 그냥 물을 뿌리고 난 후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편.
집안이나 주방 청소도 다들 엄청나게 하는 것 같다.
청소는 정말 하기 싫어서 먼지 청소는 내 발에 밟히는게 있을 때 한번씩 청소포로 닦아내고 물걸레도 닦는건 일주일에 한번꼴로 하는 편이다.
어떨때는 이런 내 자신이 정말 게으르다고 느낀다.
사실 게으른것도 맞고.
푸드 쪽 블로그도 보면 다들 대단하다.
주간 밥상을 올리면서 매일 매일 사진을 찍는데 플레이팅이 모두 대단하다.
작은 그릇들을 이용해서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식구끼리도 일인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
그냥 밥과 국은 개인 그릇이고 글라스락 같은 유리용기에 담긴 반찬은 그냥 그대로 식탁에 올리는 편이다.
그날 그날 해서 먹고 치우는 주요리가 있으면 그요리는 접시를 이용한다.
이러니 집에 이쁜 그릇도 필요 없고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집이 우리집이다.
사용하는 그릇도 예쁜 그릇이 아닌 내 손에 익어서 편안한 그릇 즉 주로 사용하는 그릇만 이용하게 된다.
플레이팅만 아니라 매일 매일 해 먹는 음식도 다양하고 손이 가는 음식도 많이 해 먹더라.
그 글들을 읽으며 대단하다는 말 말고는 나오지도 않는다.
집을 아주 예쁘게 잘 꾸미고 가구도 자주 옮기며 분위기 바꾸는 사람들.
난 이사할 때 한번 자리 잡은 가구는 다시 이사를 나가지 않으면 잘 바꾸지 않는 편이다.
가끔 한번쯤은 바꾸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도를 못하는 편이다.
이러니 우리집은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 아마 먼지 덩어리들이 엄청나게 숨어 있을 지도.
아니 분명 엄청난 먼지들이 숨어 있다. 내 눈에 안보이니 괜찮다 혼자 위안하며 사는 중인거다.
가끔 식구들에게 미안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도 그냥 내가 편해야 식구들에게도 편하게 대한다 생각하며 나 자신을 다독이는 편이다.
난 직장을 다니니까 라고 핑계를 대 보고 싶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분들 중에는 직장을 다니는 분들도 많다는 것.
아주 예전에 이직을 위해 2달 정도 집에서 쉰 적이 있었다.
그때 난 내가 아주 부지런하게 집안 일을 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방구석 폐인이 된 거였다.
식구를 위해 음식을 하지도 않았고 집 청소는 더 하지 않고 심지어 내 몸 씻는것도 귀찮아 하면서 점점 방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내 등과 엉덩이를 실감했을 뿐이다.
심지어 딸아이를 출산하고 출산휴가 3개월을 다 못 채우고 산후우울증으로 2개월만에 직장에 복귀를 할 정도로 집에 있는 건 나에게 맞지 않았다.
이런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집에서 부지런 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이것 저것 챙길 수 없을 터이다.
이런걸 보면 세상에 나만 빼고 모두 부지런한가 보다.
가끔 으아아아 하는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그냥 편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주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편한대로 집에 툭툭 던져놓고 잘 찾아서 쓰면 그만인거 아닐까?
물론 잘 던져 놓았는데 어디다 던졌는지 몰라서 못 찾아서 못 쓰는 경우도 왕왕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지런함이랑은 거리가 먼 나지만 그래도 직장에서 일은 주변에 민폐 안 끼치고 하는 편이니 그냥 이걸로 되었다 싶기도 하다.
안 밖으로 다 잘해내는 사람은 너무 완벽해서 인간미 없어 보이잖아.
남들 잘 한다고 나도 잘 할 필요 없다 위안하며 그냥 나 편한대로 살련다.
게으른 사람이어도 괜찮다. 그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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