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저리 인터넷을 돌아 보다가 패키지 여행에서 만났던 진상에 대한 포스팅을 봤다.
그 분이 만났던 최고의 진상 여행객은 유럽 여행시에 일행들에게 5유로씩 빌렸던 사람이란다.
일행 중 한명, 한명에게 5유로씩 여러명에게 급하게 빌렸는데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는 서로 그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지도 못할 정도의 금액이었던거다.
그 내용을 읽으며 생각난 내 생애 최고의 진상 여행객들에 대해 한번은 쓰고 싶었다.
5~6년 전 친정 아버지 칠순을 맞아 가까운 친지분들과는 식사 자리를 만들었고 우리 식구끼리는 여행을 가기로 했다.
친구, 친지분들 모아서 거하게 잔치를 벌이는 건 불편하다는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아버지 사촌까지 모인 친지들과의 식사 자리를 간단하게 하고 친정부모님과 우리집, 동생네는 여행을 계획했다.
일본의 경우 패키지로 가기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었고(동생은 일본에서 공부를 했었고 난 자유 여행을 몇번 다닌 터라) 자유로 가기에는 동생이나 나나 부담이 있었다.
단촐한 구성원이 아닐 경우에는 무조건 패키지가 제일 편안하다.
가족 여행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버지나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비행기를 오래 타는 건 무리라는 판단과 나 역시 비행 시간 오래 되는건 정말 싫으니 짧은 비행 시간이 걸리는 여행지 중에서 쇼핑 위주인 홍콩과 개인적인 판단인 일본을 빼면 남는건 중국이었다.
어른들 모시고 가기에는 중국이 제일 괜찮은 답이었다. 그 당시에는.
중국 그 중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북경을 목적지로 패키지 상품을 검색하다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여행사에 주는 돈은 저렴하지만 옵션이 많은 상품과 풀옵션의 비싼 상품.
두 상품의 금액을 비교해 보면 저렴한 패키지에 옵션 선택을 많이 하는 거나 풀옵션 패키지 상품이나 거의 비슷한 금액이 사용될 것 같아서 제공되는 호텔등을 비슷한 급이라면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이유는 저렴한 패키지 상품으로 가서 가이드가 권하는 옵션을 다 참여하면 가이드가 아주 좋아 한다.
이건 몇번 가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번 가본 패키지 여행의 경험에서 우러난 선택이었다.
풀옵션 패키지의 경우보다 가이드가 더 친절하고 잘 해 주는 경향이 있다.
이때 우리가 선택한 상품은 국적기 이용하고 4성급호텔이 제공되는 1인당 259,000원쯤 했던 패키지 상품이었다.
정확한 금액을 적지 못하는 건 시간이 벌써 이만큼 지났기에 금액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행은 출발을 했고 북경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문제가 조금 생겼었다.
중국의 경우 단체 비자를 발급 받아서 순서대로 입국 수속을 하고 마지막에 수속을 하는 사람이 비자를 받아서 나와야 하는데 우리가족의 경우 내가 첫번째 순서였고 친정엄마가 마지막이었다.
문제는 단체 비자에 우리가족 외에 세명의 인원이 더 있었는데 그 분들 중에 두명이 여행 출발 직전에 취소를 해서 우리 비자에 인원이 맞지 않았다는 거다.
여행사에서 그에 대한 자료를 같이 보내주기는 했지만 엄마가 비자를 받아서 나와야 할 때 바로 나오지 못하고 공항 직원들이 서류 확인을 하느라 엄마를 붙잡고 계속 뭐라 뭐라 말 하면서 서 있었다는 것.
나는 이미 입국 수속을 하고 나온 뒤라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고 엄마는 엄마대로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쉽게 보내주면서 엄마만 잡고 있으니 혼자 진땀을 흘리며 그들의 못알아듣는 중국어에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입국수속을 마쳤는데 그 다음에는 동생네 조카를 위한 유모차가 나오지 않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 조카가 한돌 즈음이었는데 유모차를 항공사에서 따로 실어 줬는데 내릴때도 따로 내려줬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수하물을 찾아서 다 나가도 유모차는 나오지 않아서 한참을 또 기다려야 했다는 것.
힘들게 수속을 마치고 가이드와 미팅을 하는 곳으로 가니 다른 일행분들은 모두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며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해 주는데 딱 한팀 엄마, 이모 그리고 성인인 아들, 딸이 온 팀에서 짜증을 있는대로 내는거다.
무슨 일을 이렇게 못해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냐는 둥 이럴 거면 화장실이라도 미리 다녀오게 하던지 등등.
알고 보니 우리가 언제 나올 지몰라 가이드가 화장실에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었다네.
일단은 원인이 어디에 있던지간에 우리가 가장 늦게 나왔으니 미안하다하고 출발을 했다.
처음으로 일행들과 밥을 먹는 시간이 되자 패키지에서 우리가족이 제일 인원이 많았기에 우리가족과 그 문제의 네명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중국의 식당은 둥근 원탁 중앙에 회전판이 있고 그 회전판을 돌려가며 음식을 앞접시에 덜어 먹으면 된다.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음식을 양껏 덜어내지 못하고 한입 맛을 볼 정도만 덜어내고 회전판을 돌렸다.
다음에 더 덜어 먹으면 되지라는 생각과 가족이 아닌 다른 분들도 있으니 그 분들도 충분히 드셔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한바퀴 돌은 회전판 위의 음식들 중에서 딸아이(그때 당시 중학생)가 더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 그 음식을 딸아이가 많이 덜어 내려고 했을 때 우리가 말렸다. 조금씩 덜어서 먹어야 한다고.
그런데 그 네명 중 젊은 아들이 반 이상을 그의 접시에 덜어 낸 것이다.
또 남은 음식이라도 덜어서 먹으려고 할 때 마다 그 네명 중의 한명이 회전판을 돌려 우리는 음식을 제대로 덜어 내지도 못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매번 식당에 갈 때 마다 그 네명과 우리 가족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두번째도 그런 식으로 식사가 진행이 되니 세번째 부터는 친정아버지가 회전판을 손으로 잡고서는 손녀에게 먹고 싶은만큼 충분히 덜어내라고 하시는 지경이 되었다.
식당에 가자마자 아버지는 회전판 위의 음식을 눈으로 스캔 하시고는 재빨리 회전판을 돌려 손녀 앞에 맛있어 보이는 손녀가 좋아할 것 같은 음식을 돌려 놓고 손으로 회전판을 꽉 잡고 계셨다.
다른 식구들이야 적당히 먹으면 되지만 손녀가 먹고 싶은 걸 제대로 못 먹는게 친정 아버지가 보기에서 많이 속상하셨나보다.
같은 패키지 일행 중 다른 테이블을 이용하는 팀은 화기애애 분위기 좋은에 우리테이블은 그런 신경전만 벌이면서 식사를 해야 했다.
나중에 돌아오는 공항에서 다른 일행이 우리 아버지에게 그 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하실 정도.
그들이 보기에도 너무 당황스럽고 심해서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우리 가족이 마음 고생 하는 것 처럼 보였다고 하더라.
식사때만 불편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저렴한 패키지 여행으로 오면서 옵션을 하나도 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었다.
아니 딱 하나 하기는 했다. 맛사지.
우리 가족은 저렴한 패키지 여행이니까 현지에서 가이드 추천 옵션을 최대한 다 한다는 생각이었다.
옵션에 대한 공부도 좀 했고(부모님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첫날 저녁에 호텔 방에 옵션 선택에 대해 각자 물으러 온다고 했을 때도 우리 가족은 내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이드를 만나자 마자 최대한의 옵션을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 당시 가이드가 한 말이 일행 중 우리 가족이 인원이 제일 많아서 걱정이 제일 많았다고 했다.
보통 한 가족 인원이 많을 경우 옵션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서 그 팀은 옵션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문제는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많은 인원의 팀이 옵션을 하지 않고 대기 할 경우 말도 많고 사고도 많이 생기는 편이라고.
우리 가족이 제일 걱정이었기에 다른 팀들 다 먼저 만나보고 우리 가족을 제일 뒤에 만나러 온 거라고 했다.
이상하게 오래 기다렸다니.
그 뒤로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여행은 즐거웠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여행이라 시간이 너무 루즈해도 너무 빡빡해도 문제인데 적당히 빡빡했다.
부모님은 피곤하지만 지겹지 않을 정도의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또 그 네명이 문제가 되었다.
그들은 옵션을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옵션 관광을 할 경우 차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주변에 상가도 없고 카페도 없어서 차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
그들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다.
패키지 인원들이 우리처럼 대가족은 아니라도 대부분 가족 단위라 어린이들도 있었기에 다들 옵션 관광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 당시 옵션 관광이 왕릉 관람이나 박물관 관람, 공연 관람등이었으니까.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팀들은 대부분 옵션 관람을 했는데 딱 그 네명만 하지 않은 것.
그리고는 투덜투덜 하면서 유럽에 갔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또는 호주에 갔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하면서 불만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거였다.
그렇게 여행을 많이 했다면 기본적으로 여행에 대한 지식이 있을 건데 옵션을 하나도 하지 않고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
유럽이나 호주 등에 갔을 때는 어떤 패키지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국적기 이용하고 호텔에서 잠을 자고 세끼 밥을 다 먹는데 25만원 정도면 기본적으로 옵션 관광을 해 줘야 하는 것이 맞다.
여행사이던 가이드이던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말이다.
물론 가이드, 기사 팁을 주기는 하지만 그 걸로 부족하다는 건 여러차례 기사화 되고 했었다.
더구나 그들이 유일하게 선택한 맛사지의 경우 다른 일행은 모두 기본 한시간 짜리 발맛사지를 선택했는데 그들만 2시간짜리 전신맛사지를 했다.
우리는 부모님이 계셨고 중딩이 딸램과 한돌의 조카가 있었기에 기본 발맛사지를 선택한 거고 다른 팀들도 아이들이 있어서 전신 맛사지는 하지 않고 발맛사지만 했지만 그들만 두시간짜리 전신 맛사지.
멀리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왔으면서 기본 관광(천안문, 만리장성, 자금성, 박물관)만 보고 버스에서 계속 기다리는 여행을 한 그들이 과연 이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는 한 것일까 궁금하다.
불편함만을 가득 안겨줄 정도로 기본 예의도 없는 식사 시간을 만들던 사람들이 차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선택하고 불평을 하던 그들은 저렴한 여행에서 과연 어떤 것을 기대하고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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