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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주절 주절 풀어보는 추억팔이-첫 전라도 여행

by 혼자주저리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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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너무 덥고 습해서 가까운 곳에 기분전환 삼아 여행도 하지 못하고 있다. 

왠만하면 식구들이랑 가까운 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거나 실내 위주 근처를 다녀 올 만도 한데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근하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고 그 아래에서 일을 하다가 퇴근 할 때 차 안에 에어컨 빵빵 틀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에어컨 틀고 그대로 끄지 않고 다음날 출근때까지 있는다. 

식구들이 집에 있는 주말이면 에어컨을 48시간 이상 틀어 놓고 끄지 않는 경우도 이번 여름은 허다 했다. 

그러다보니 이 더운 여름의 온도와 습도를 뚫고 어디론가 가 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상황. 

찬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하는 10월 초에 여행을 잡아 두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는 이렇게 집, 직장만 다녀야 할 판이다.

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으면 가끔씩 예전 여행을 떠올릴때가 있다. 

그때는 그랬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연찮게 내 생애 첫 전라도 여행이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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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전라도 여행이라고 했지만 아마 여행다운 여행은 그때가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행이라는 걸 모르는 세대였고 가끔 친척들과 함께 집 근처 유원지에 가는 것이 최대의 여행이었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내가 여행 다운 여행을 해 보지는 않았고 수학 여행과 타 지역에 사는 친척 방문이 유일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OT, MT를 가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께는 중,고등학교때 수학여행처럼 학교에서 가는거라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고 하고 열심히 과 MT, 동아리 MT를 따라 다녔었다. 

그러다가 졸업하는 2월에 갑자기 친한 선후배들과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A선배, 나, B 와 C 이렇게 네명이 전라도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B와C는 나에게 한해 후배였다. 

열심히 계획을 세웠는데 B가 집에서 차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해서 그 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고 날도 잡고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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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랑 여행을 가는데 B가 집에서 차를 가지고 와서 전라도로 여행을 간다라고 했다. 

그때 우리 엄마 반응이 조심해라 였다. 

역시 반응이 이래야지 싶었는데 내가 같이 가는 일행들이 나 빼고 모두 남자였기 때문인다. 

그 일행들 모두 엄마가 남자라고 알고 있는 선, 후배였기에 엄마의 걱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과는 달리 엄마가 걱정한 부분은 B가 가져오는 차량이 부산 넘버 차량일 건데 전라도에 가면 부산 차는 주유도 안 해 준다였다. 

그 당지 지역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었던때라 엄마는 남자 세명 속에 나 혼자 여자가 끼어 간다는 걱정보다는 묵은 지역감정을 더 걱정하던 모습이었다. 

그렇게 엄마에게만 여행을 알리고 출발을 한 다음 처음 숙소는 내장산 아래 있는 민박이었다. 

당연히 방은 하나를 잡았고 저녁까지 알차게 먹고 난 다음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했다. 

받은 사람은 엄마가 아닌 아버지였는데 지금 어디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아버지가 버럭 하시면서 당장 집에 오라시더라. 

그런데 그 당시에 어떻게 가는가. 

여행은 즐거웠던 것 같은데 사진도 남은 것이 없고 기억에 남은 거라고는 88고속도로가 너무도 지겨웠구나 그리고 많이 추웠다 정도였다. 

그렇게 아버지의 버럭은 못 들은 척 여행을 하고 난 다음 집에 가서는 집근처 계곡으로 가서 민박을 한 곳 더 잡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하루 더 놀았다. 

즉 2박 3일의 전라도 여행 끝에 1박을 더 함으로서 3박 4일이 되어버렸다. 

일탈같은 여행이 끝난 다음 집에 가기 전 전화로 집 상황을 보고 아버지 몰래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 방문을 굳게 닫은채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고 아버지가 안 계시면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그 당시 아버지는 굉장히 막히고 엄한 편이었는데 방문을 함부로 열고 들어오지는 않으셨다. 

즉 내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안 나오면 아버지도 나에게 어쩌지 못하셨다는 것. 

그렇게 일주일이 넘게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아버지도 스르르 감정이 풀리면서 별 일 없이 그렇게 지나간 여행이었다. 

지금에 생각하면 그 당시 여행의 기억은 거의 남은 것이 없다. 

아버지와의 신경전 그리고 지겨웠던 88고속도로 말고는.

그럼에도 이렇게 갑자기 추억으로 떠 오르는 기억이 남아 있는 건 꽤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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