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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변화가 있었던 첫 추석의 모습

by 혼자주저리 2023.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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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첫 명절을 맞이했다. 

바뀐 추석의 모습을 살짝 돌아 봤다. 

내가 어릴 때 우리집은 제사가 아주 많았다. 

아버지가 종손으로 나셨기에 매달 제사가 있었고 어떤 달은 제사가 두번, 세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어렸을 때 내 기억 속의 명절의 모습은 엄마랑 고모랑 할머니는 주방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우리집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면(집안 어르신이었겠지) 방 안에는 아버지와 아주 할아버지들이 계시고 그 뒤로 어르신들이 마루까지 서고 어떨 때는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서서 방안을 향해 단체로 절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제사? 차례?를 지내고 나면 어르신들은 간단히 술과 안주로 입을 축이시고 옆 동네 작은 집으로 이동을 했다. 

아버지도 같이 가셨고 난 가끔 아버지를 따라 갈 때도 있었고 엄마랑 할머니와 같이 집에 남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전에 몇 집을 돌아가며 제사를 지냈는데 집을 옮길 때 마다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서 마지막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나면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어르신들이 모여 집 뒤의 산으로 성묘를 갔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리집이 아버지의 사업? 일? 문제로 그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고 점점 그렇게 명절을 보내는 건 잊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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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을 했을 즈음 엄마랑 아버지는 한참을 싸우고 투닥거리고 냉전을 거듭하더니 집안의 제사를 모두 없앴다고 했다. 

저 윗대 조상제사는 없앴고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절로 옮기고. 

그렇게 제사 없이 우리끼리 먹을 음식 정도만 하고 단촐한 명절을 보낸지 10여년이 지났는데 올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첫 명절의 의미가 나에게 훅 다가 왔다. 

윗대 제사를 안 지내는 마당에 아버지 제사만을 지낼 수는 없다는 엄마의 의견을 받아서 그리고 제사를 지낼 아들도 없다는 엄마의 의견에 따라 제사 상은 차리지 말고 그래도 아버지 가시고 첫 명절이니 상은 차리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추석을 맞아 전을 굽고 나물을 무쳤다. 

얼마전까지 전은 굽지 않았고 아버지가 잘 드시는 쥐포튀김과 동생과 조카가 잘 먹는 고구마 튀김 정도만 하고 나물 두세가지만 했기에 엄마 혼자 후다닥 해 치웠던 일들을 이번에는 전도 하고 튀김도 하고 엄마를 도와 기름냄새 풍기면서 음식을 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명절에 기름냄새 폴폴 풍기는 것은.

이번에는 고모도 우리집으로 와서 추석 명절을 함께 보냈고 오후에는 아버지 납골당에 다녀 왔다. 

여전히 오빠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모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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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바뀐 것은 없지만 예년과 달랐던 추석이었다. 

설에는 아버지의 생신상을 차리기로 했고 내년 아버지 기일에는 상을 차려야지. 

아버지의 제사를 챙기지 않는다고 해도 2~3년은 상을 차리고 가족들이 모여서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빌어 주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가시고 맞이하는 첫 추석. 

뭔가 마음이 짠 한 그 느낌은 뭘까? 

이렇게 또 빈 자리를 한번 더 느끼는 시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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