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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나는 등산을 싫어 한다-신불산인지 간월산인지 기억나지 않는 등산

by 혼자주저리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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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직장이 아닌 예전에 다니던 직장은 여직원이 99프로였다. 

여직원이 많은 직장이라 이런 저런 일도 많았지만 보통 여직원들이 많으면 생길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일은 없었다. 

다들 잘 지내는 편이었고 지금도 가끔 만나고 연락하며 지내는 곳인데 그 곳에서 직원 MT를 간 적이 있었다. 

사실 이때 간 산이 신불산인지 간월산인지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신불산 아래 산장에 숙소를 잡았고 밤새 술마시고 놀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숙소에 미리 아침을 주문해 둔 상황이라 다들 느즈막하게 일어나 세수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아침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팀장(역시 여성)이 아침 먹기 전에 산책을 하자고 한다. 

이 산장에서 신불산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산책로이니까 아침 먹기 전 잠시 걷고 오면 밥이 더 맛있을 거라고 잠시 걷자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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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난 격렬하게 거부를 했었다. 

일단 등산이라면 정말 치가 떨리게 싫었고 전날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었으니까. 

그런데 팀장이 이 산은 소방도로가 정상까지 너무 잘 되어 있으니 산책만 하는 거지 등산을 절대 안한다고 했다. 

한명도 빠짐없이 참여를 하라는 강요 아닌 강요와 다들 가는데 혼자 빠지기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나섰다. 

팀장의 말대로 소방도로가 너무도 잘 되어 있었다. 

차량 두대가 나란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잘 닦여진 도로는 지그재그로 되어 경사도 얕았다. 

그러니 룰루랄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고 있는데 한 직원이 이리 걸으니 재미 없다며 산길로 질러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의견을 냈다. 

이 순간 난 갑자기 드는 그 불길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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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대학때 친구들이랑 갔던 노고단에서도 소방도로를 따라 걷다가 산길로 가면서 눈물 콧물 빼며 네발로 기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때와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난 또 다시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했고 그렇다면 돌아 내려가겠다는 날 주위 직원들이 말리고 끌고 달래며 결국 산길을 타게 되었다. 

소방도로로 정상까지 왕복 한시간에서 한시간 삼십분 정도 걸린다고 했었다. 

그런데 질러서 올라가면 40분에서 50분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에 다들 동참했고 산길을 오르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 등산객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소방도로를 올라갈 때만 해도 다른 등산객들이 종종 보였는데 이 산길은 전혀 등산객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한시간 가까이 산길을 올랐음에도 정상이 나오지 않는 불길한 상황. 

 

난 이미 지쳐 가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이 산속에 혼자 낙오 될 수는 없었다. 

길어야 한시간 삼십분을 예상하고 출발한 산책이었기에 우리는 물 조차도 없었고 그 상태로 지나가는 등산객도 없는 산길을 꾸역꾸역 올라야 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야기를 나눴지만 다들 처음 오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지나가는 누구라도 있으면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라도 볼 건데 물어 볼 수도 없고. 

그렇게 기어코 정상까지 올라갔다. 

알고보니 우리가 탄 산은 신불산인지 간월산인지 모를 산이 아닌 그 옆의 봉우리였다. 

이름도 모르는 산을 올랐으니 지나가는 등산객이 있을 리 없었고 그 산 꼭대기 까지 올랐다가 다시 반대로 봉우리를 내려와 신불산인지 간월산인지 모를 산의 정상까지 올랐던 것이었다. 

정상 표지석을 보는 순간 난 긴장이 탁 풀리면서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처음에는 주변 직원들이 달래 주려고 슬슬 나에게 다가 왔지만 내가 어무 큰 소리로 엉엉 울어 버리니 다시 슬금슬금 나를 피할 정도였다. 

주변 등산객들도 왜 저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힐끔거리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통곡을 하고 난 다음 내려 올 때는 소방도로로 내려왔다. 

막상 산장에 도착하니 산장 주인분들이 우리를 실종 신고 하기 일보 직전이었다는 상황. 

아침으로 주문하고 아침겸 점심겸 먹으려고 했던 음식이 될 동안 한시간 정도 산책하고 온다는 사람들이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긴거라 걱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서 난 역시나 등산이랑 맞지 않는 구나하는 생각을 완전히 굳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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