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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맛 없는 사과를 졸임으로 만들었다

by 혼자주저리 2017.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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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추운 주말이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들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다꽁을 데리고 왔지만 장을 보지도 않고 그냥 무턱대고 냉장고 속만 믿기로 했다.

한끼는 냉동실에 있던 떡갈비로 넘기고 다른 한 끼는 냉동 만두로 넘겼다.

마지막 저녁을 남겨두고 다꽁이 간식을 요구했다.

추워서 나가기 싫은데 평소 다꽁이 없으면 간식 거리도 사 두지 않는다.

어른들이야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직접 사 들고 들어오면 되니까.

다꽁은 그새 냉장고에 있던 스트링 치즈를 꺼내서 작은 도자기 그릇에 담고 꿀을 뿌려 전자레인지에 돌려 녹여 먹다가 그것도 귀찮다고 그냥 스트링 치즈를 꿀에 찍어 먹는다.

스트링 치즈에 가미를 전혀 하지 않은 순수 치즈를 구매해 놨더니 이런 부작용이 있었다.

그러면서 과일이 먹고 싶단다.

과일 하나때문에 장을 보러 가기 싫어서 친정으로 올라갔다.

다행이었다. 아버지께서 사과를 한 상자 가지고 오셨다.

친구분이 농사를 지은 건데 맛은 없지만 하면서 한 상자를 아버지께 주셨단다.

그 사과 몇 알을 얻어서 집으로 갔다.

깍아서 다꽁에게 주니 맛이 없단다.

내가 먹어봐도 정말 맛이 없는 사과였다.

주신 분의 성의도 있으니 맛 없다는 말은 못하겠고 집에 가지고 있어봐야 먹지도 않을 것 같고해서 인터넷을 폭풍 검색해서 사과졸임을 찾아냈다.

대부분의 사과 졸임에는 사과, 버터, 계피가루, 설탕이 필요한데 문제는 어제 우리집에는 무염버터는 없고 빵에 발라 먹는 가당버터만 있었다.

그 버터로 음식을 해 놓으면 맛이 없어서 다시 검색하고 하나의 방법을 찾았다.

일단 사과를 깍아서 얇게 썰었다.

갈변이 싫으면 설탕물에 담그라고 하던데 어차피 졸임을 할 거라 그냥 두면서 깍았다.

사과 4개를 깍았는데 제법 양이 많이 나왔다.

사과를 깍는 사이 냄비에 통계피와 말린 생강 조각을 넣어서 우렸다.

제빵용 계피가루가 있지만 애플 파이의 사과졸임처럼 수분 없이 버터와 사과 자체 수분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황도통조림처럼 설탕물에 졸일 거라서 통계피를 사용해서 계피향을 만들었다.

계피물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때 커다린 궁중팬으로 옮기고 사과의 분량보다 조금 적은 양의 설탕을 넣고 윤기를 위해서 꿀도 넣었다.

 뜨거운 계피물에 설탕이 어느정도 녹았을때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깍아둔 사과를 넣었다.

사과가 모두 잠기지 않을 정도의 설탕물이 끓기 시작하니까 거품이 생기면서 수분도 더 늘어났다.

사과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이 보태져서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단 중간 중간 뒤적이면서 사과를 졸였다.

다꽁은 어느정도 익으니 그때부터 젓가락을 들고 와서는 궁중팬에서 사과를 하나씩 꺼내어 먹으며 맛있단다.

조금 전의 그 사과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계속 젓가락을 넣었다.

잔소리 하기도 뭐 해서 그냥 뒀더니 제법 먹어버렸다.

소스가 다 졸기 전에 불을 끄고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다꽁이 옆에 붙어 서서 계속 먹는 바람에 장난치다가 시간을 놓쳤다.

너무 많이 졸여져서 사과의 아삭한 식감이 사라졌다.

끓기 시작하고 10분에서 15분을 졸일 예정이었는데 거의 30분 이상을 졸였으니 아삭함이 살아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거다.

불을 끄고 졸인 사과를 유리그릇으로 옮겼다.

사과는 흐물흐물 했지만 계피향도 향긋하니 좋았다.

몇개 더 먹던 다꽁이 저녁으로 목살 스테이크를 해 달란다.

집에 있던 야채류는 샐러드용으로는 신선도가 떨어져서 일단 목살 스테이크만 하고 가니쉬로 사과 졸임과 집에서 담근 오이필을 올렸다.

완성 사진은 없다.

아직은 사진을 찍고 그 결과물을 블로그에 올리는것이 쉽지 않다.

우선 음식을 보면 카메라를 들기보다는 젓가락이 먼저 들어지니까.

음식을 만드는 중에는 카메라를 절대 들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음식 블로거들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음식을 하면서 중간 중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조리 과정에 사과졸임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다꽁은 목살 스테이크에 올린 졸임은 달다며 먹지 않았다.

오이 피클과 스테이크와 밥만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남은 사과 졸임은 식힌 다음 냉장고 속으로 넣었다.

차게 식으면 그 때 다시 활용 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지금은 먹기에 달고 아삭한 식감이 없어서 사용처가 생각 나지 않는다.

빵을 사와서 쨈처럼 빵위에 얹어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 며칠 동안 냉장고에서 식히는 걸로 결정했다.

추운 날씨는 화요일부터 풀린다니 다행이다. 이번 주에는 장도 꼭 봐야지 싶었지만 여행을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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