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중반이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3월14일이면 화이트데이라고 사탕을 챙기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옛날 말이 되어 버렸다.
그냥 여느때와 똑 같은 날들의 연속인듯 싶다.
너무도 평온한 일상에 집에서 먹은 음식 이야기를 해 봐야지.

연근조림을 했다.
밑반찬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는 듯 싶은데 식구들이 잘 안먹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우엉은 아예 손을 안 대는데 우엉의 향이 싫다고 하더라.
그나마 연근은 가끔 해 두면 한두번은 먹는데 연근은 향이 강하지 않으니 먹어준다? 이런 느낌으로 먹는다.
장 보러 가서 연근이 나올 때마다 항상 손에 들고 망설이는 식재료인데 이번에는 너무너무 반찬 할 거리가 없어서 구입했다.
물론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 한 듯 싶다.
아무거나 뚝딱뚝딱 잘 먹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내 바램이겠지.

설이 되기 전 어느 주말에 열심히 반찬을 만들었다.
냉동실에 있던 데친 고사리도 볶고 느타리버섯도 볶고 청포묵도 무치고.
가끔 음식을 하다보면 뭔가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날의 반찬도 그랬다.
색이 모두 갈색 계열이라 식탁에 음식을 올려도 색감이 살지 않았다.
녹색과 빨간색등이 좀 섞여야 식탁이 알록달록 이뻐 보일건데 하루종일 만든 음식들이 모두 같은 계열로 통일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의도해서 만든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슬픈 상황들.
김치가 붉은색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녹색도 있었으면 좋았을 듯 싶은데 파란 나물이 없는것이 아쉽네.


아보카도명란비빔밥을 해 먹었다.
집 냉장고를 뒤져서 양배추도 채 썰고 봄동도 채 썰고 당근도 썰고 명란도 다져 넣고.
김가루도 이쁘게 넣고 비록 찢어진 모양이지만 계란 후라이도 반숙으로 올렸다.
참기름까지 예쁘게 두르고 비볐는데 뭔가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한입 먹으려고 한스푼 뜨는 순간 아보카도명란비빔밥에 아보카도가 안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아보카도가 먹을 정도로 익기는 했는데 무를 정도로 후숙되지 않아서 칼로 대충 썰어둔다고 도마 위에서 썰고 그대로 잊어버린 거였다.
급하게 다 비빈 밥 위에 아보카도를 올리고 다시 비벼서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양배추와 봄동을 곱게 채를 썰어서 넣어서 그런지 봄동 향도 적당히 좋았고 양배추와 봄동의 아삭거림도 좋았다.
그나저나 봄동비빔밥은 결국 못해 먹었네.

아몬드 슬라이스 된 것을 넣고 멸치를 볶았다.
중간 크기의 멸치를 볶아두면 식구들은 손도 대지 않으니 우리집은 항상 지리멸을 볶는다.
지리멸을 기름만 두르고 파삭하게 볶는데 색이 진해지고 스푼으로 볶는다고 저을 때 파삭한 느낌이 올 때까지 볶아 준다.
그 정도로 멸치가 볶였을 때 슬라이스된 아몬드를 넣고 조금 더 볶다가 미리 만들어 둔 양념을 넣고 재빠르게 볶아 낸다.
양념은 간장 아주 조금(멸치 자체가 짠 맛이 있어서) 넣고 참기름, 올리고당, 미림, 다진마늘을 잘 섞어 놨다가 후르륵 볶은 다음 통깨를 뿌리면 된다.
이번에는 아몬드가 들어가 있어서 통깨를 뿌리지는 않았다.
마늘은 넉넉하게 넣으면 특유의 단맛이 우러나서 맛있는데 멸치 볶음이 지저분해 지는 경향이 있어서 적당히 넣는 편이다.
가끔 올리고당 대신에 꿀이나 설탕을 넣고 볶기도 하는데 이렇게 볶아 두면 냉장고에 넣어도 딱딱해 지지 않아서 좋다.
마른반찬의 대명사인 멸치볶음도 처음 만들었을때는 조금 먹지만 냉장고 들어갔다 나오면 손도 안 되는 식구들이라 그때부터는 내 전용 반찬이 되어 버린다.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겨울이라 나물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고 해도 예전의 그 겨울이면 가벼운 금액으로 쉽게 살 수 있는 시금치도 없고 동초도 없고.
브로컬리도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즉 가성비 좋은 나물은 없고 요즘 나물들이 다 비싼데 생각해 보면 가격이 구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예전의 물가를 기억하고 있으니 1~2천원 더 비싼 나물들을 쉽게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가 할인 행사를 하는 브로컬리 한 팩을 구입했다.
사이즈가 중간 정도 되는 브로컬리 두개가 들어 있었다.
팩은 이미 폐기한 뒤라 가격은 얼마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2천원 이상 3천원 이하였던 것 같다.
여튼 행사 하는 브로컬리를 데치고 들깨가루를 넣고 무쳤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계속 할인행사하는 야채들만 구입하는 것 같군.


늦가을 정도가 되면 늙은 호박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
늙은 호박이 많이 나오면 호박전을 두어번 해 먹어야 하는데 지난 늦가을, 초겨울에 한두번은 먹어야 하는 이 늙은 호박전을 잊어버리고 한번도 해 먹지 않았던 것 같았다.
우연히 이것 또한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한 팩을 구입했었다.
소금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서 자체에서 물이 나오면 바로 밀가루를 넣고 또 바락바락 주물러 준다.
물은 하나도 넣지 않고 호박 자체의 물만으로 반죽을 만드는데 이때 설탕을 살짝 가미해 줘야 한다.
늙은 호박이 달아서 원래 설탕 같은 것은 안 넣어도 된다고 했던 예전의 나는 정말 밍밍하고 맛 없는 호박전을 먹었었다.
그 뒤로 반죽을 할 때 설탕을 조금 넣어 주는데 그러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달달한 호박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크게 한판으로 굽는것도 괜찮은데 이번에는 작게 작게 호박전을 구웠다.
역시 겨울이면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늙은 호박전을 먹고 나니 겨울 음식이 또 하나 생각났었다.
달달하고 맛있는 겨울무를 이용한 무조림.
예전에 스님께 배웠을때는 왁자지라고 배웠느데 그 방법은 잊어 버렸다.
스님께서 알려 주신 왁자지는 무의 단맛과 과하지 않은 양념이 은은하게 베어서 정말 맛있었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양념의 조합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혹시나 싶어서 인테넷을 뒤져봤지만 왁자지라는 단어는 있는데 조리법에 대한 내용은 모호했다.
결국 그냥 생각나는대로 무를 큼직큼지하게 썰고 물, 간장, 코코넛슈가, 건표고, 건다시마를 넣고 조렸다.
생각보다 양념이 진해서 내가 원했던 그 은은한 맛의 왁자지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겨울무가 맛있어서 꽤 잘먹어 준 반찬이었다.


정말 정말 밥이 하기 싫었던 날 냉장고를 뒤져서 월남쌈으로 저녁을 떼우기로 했다.
문제는 야채는 있는대로 사용한다고 하지만 월남쌈에 주로 넣어서 먹던 맛살이 집에 똑 떨어지 없었다는 것.
맛살을 사러 마트에 다녀 오면 왠지 이것 저것 또 사서 들어 올 것 같아서 그냥 계란을 구워서 넣어 먹기로 했다.
계란에 후추 같은 양념은 조금 강하게 넣고 구워서 넣기로 하고 배도 있어서 배도 하나 썰었다.
오이, 당근, 양배추, 붉은파프리카도 있는대로 꺼내서 썰었다.
쯔마장은 이날 처음 개봉 했는데 아무런 양념 없이 쯔마장만 먹어 보니 별로였다.
결론은 이 날의 월남쌈은 대대적인 실패였다.
쯔마장도 원물 그대로는 맛이 별로였고 맛살 대신 구웠던 계란도 어울리지 않았다.
냉동실에 훈제오리고기가 있었는데 그건 또 싫다는 식구들이라 계란을 구웠는데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다음에는 그냥 맛살을 미리 냉장고에 쟁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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