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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속앳말

한참 전에 만들었던 방풍나물 장아찌, 머위순 장아찌

by 혼자주저리 2017.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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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는 봄이 너무 짧다. 가을도 짧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봄이라는 계절을 그닥 좋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어릴때 사계절이 뚜렷한 그 느낌이 좋았었는데 요즘은 겨울이 지나면 바로 여름인 것 같다.

겨울 옷을 챙겨 넣고 알마 되지 않아서 반팔 티셔츠를 꺼내들면 봄이라는 계절이 순식간에 왔다가 갔구나 싶기도 하다.

올 봄에는 참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별일 아닌 것들도 나로서는 바쁘고 힘들었던 일들이었다.

그 와중에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려고 장아찌까지 담궜으니 내 몸을 내가 더 볶은 상황이 되어 버렸었다.

미국으로 이민 간지도 벌써 10년이 넘은 동생은 그 동안 1번 나왔었다.

초창기에는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 들어오면 서류 통과가 어렵다고 해서 버텼었고 7년만에 영주권이 나오자마자 들어와서 한 두달 있다가 갔었다.

지금은 그곳에서 가게를 오픈했고 집도 지었다가 팔고 아파트에 살다가 다시 이번에 주택을 구입해서 이사를 한다.

이래저래 살기 바쁘다 보니 서로 연락도 못하고 간혹 자매끼리 등록한 밴드로 소식 주고 받는 것이 다이다.

그러다 갑자기 그곳에서 구하기 힘들어 보이는 나물로 장아찌를 담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장아찌들은 벌써 미국으로 건너가서 동생네 도착해서 다 먹어가는 상황이다. 여태 이래저래 피곤하다며 게으름을 피운 내 자신에 대한 증거물이기도 하다.

방풍 나물은 중간에 한번 찍었지만 머위순은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 방풍나물 (농촌 진흥청 전통향도음식 용어사전)

본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생하는 약용식물로 줄기가 1m가량 되며 뿌리는 10~20cm의 방추형으로 병풀나물, 갯방풍, 갯기름나물로 불리우고 있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고 매우며 독이 없고 어린 식물일때는 맛과 향기가 좋다. 한방에서는 두해살이 뿌리를 감기와 두통, 발한과 거담에 약으로 쓴다.

★ 머위(두산백과)

머위는 지역에 따라 '머구', '머우'라고도 부르며 한의학에서는 '봉두채'하고 한다. 잎자루와 꽃이삭은 산채로서 식용으로 하는데 잎은 쌈으로 먹고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줄기는 나물로 무쳐 먹는다. 머위는 그 맛이 쓰기 때문에 데쳐서 물에 우려내 식용하는데 약간 쌉쌀한 맛에 머위 특유의 향기가 있어 별미로 취급된다. 머위의 뿌리는 한의학에서는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로 사용한다. 머위는 해독작용이 뛰어난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물을 정화하여 맑게하는 특성이 있다.

 

주변에 야채류 납품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어 그쪽에 부탁을 했다. 어린 방풍나물과 머위잎이 나오면 3kg씩 구매를 해 달라고.

방풍 나물이 먼저 연락이 왔는데 3kg이 적을 것 같았지만 싱크대에 부으니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정용 싱크대에서 한번에 못 씻어서 여러번에 나누어 씻고 그 물기를 빼기위해 소쿠리에 받쳐 두는 것도 일이었다.

여차저차 온 집안을 풀밭으로 만들어 가며 씻고 물기를 빼면서 육수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물을 기본으로 했지만 주변에 들은 이야기가 육수를 빼서 사용하면 더 맛있다고 해서 육수를 뺐다.

다시멸치, 건다시마, 건표고, 파뿌리, 양파, 무 등을 넣고 푹 우려서 육수를 뺐는데 음식용 육수때보다 다시멸치의 양을 조금 줄였다.

다시멸치가 많이 들어가면 특유의 비린 맛이 날 것 같아서 아주 조금만 넣었다.

나중에 머위잎도 장아찌를 할 예정이라 우리집에 있는 제일 큰 솥에 한꺼번에 넣고 육수를 한참 우렸다.

육수를 다 우리고 난 다음 찌꺼기는 걸러내고 일부는 식혀서 냉동고에 넣고 일부는 육수 : 간장 : 식초 : 설탕 = 1.5 : 1 : 1 : 1의 비율로 다시 끓였다.

식초는 자연발효 주정을 사용한 사과식초라 아마 일반 시판 식초보다 신 맛이 조금 약한 듯 했다. 간장은 저염 간장을 사용했다.

양념의 비율은 집집마다 입맛에 맞게 조절 하면 될 듯 하다.

그렇게 끓인 소스를 식혀서 큰 병에 넣은 방풍 나물에 부어주고 3일을 숙성시켰다.

다시 그 소스를 따라내어 끓여서 식힌 후 방풍 나물에 부어 주면 된다.

위 사진은 두번째 끓일때 찍은 사진이다. 간장을 처음 끓일때 거품이 많이 발생했는데 일일이 걷어 주느라 힘들었다.

난 가만히 서서 거품 걷고 하는 것이 너무 싫다.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총 세번을 끓여서 식힌 후 부어주는 것을 반복했다.

그냥 집에서 먹을 때는 한번만 끓여서 식혀서 부은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일단 이 아이들은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보낸다는 목적이 있어서 세번을 끓여 부었다.

방풍 나물을 다 하고 나니 머위순도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여전히 3kg의 엄청난 양이었지만 부피는 방풍나물보다 조금 적은 듯한 느낌이었다.

방풍나물과 똑같은 순서대로 이 또한 세번을 끓여서 식혀 부어주는 과정을 거쳤다.

머위는 세번째 소스를 부어서는 바로 각각의 병에 포장해서 보낼 곳은 보내버렸다.

미국 동생네에 제일 많은 양을 보냈고 친정에 그 다음으로 많이 보내고 막내 동생네에도 보내고 친한 친구 2명에게도 보내고나니 남은 것은 저것 뿐이다.

그런데 방풍나물을 담궈놨던 병에 하얀 뭔가가 보인다. 너무 싱거워서 곰팡이가 생긴것인가 살폈는데 곰팡이는 아니다.

뭔가 싶어서 나물을 잘 알고 장아찌도 잘 담그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방풍 나물로 장아찌를 담궈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보관하면 생긴단다. 그래서 방풍나물은 장아찌를 잘 안담근다고 하신다. 나야 먹지 않고 버려도 되지만 미국으로 간 것은 잘 갔는지 궁금하다. 동생은 다 먹어 간다고 하는데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집에 남은 것도 버려야 되나 한참을 고민했더니 먹어도 큰 이상은 없다고 하시는데 뭔가 찜찜함이 남는다.

버릴 지 말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미국으로 장아찌를 택배 보내는 건 정말 일이었다.

일단 가볍고 잘 깨어 지지 않는 플라스틱 병에 장아찌를 담고 뚜껑을 잘 덮은 다음 비닐로 세번 이상 꽁꽁 쌌다. 그 다음 그 병들을 아이스 박스에 넣고 테이크로 아이스 박스를 꼭 닫은 다음 그 아이스박스를 큰 비닐로 또다시 세번 쌌다. 그 상태로 종이 상자에 담아 우체국 EMS 택배로 부쳤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 가족간에 먹을 정도의 김치류는 통관이 되도록 협약이 되어 있단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국물이 새어 나오면 그 택배는 폐기처분이 된다. 그래서 김치류를 택배로 보낼 때는 절대로 국물이 새지 않도록 포장을 해서 보내면 큰 문제는 없다.

택배 송장에도 장아찌라고 따로 적기 힘드니 그냥 단순하게 김치라고 썼다.

포장 단위대로 김치 3개라고 써서 보냈다.

방풍나물은 큰 병이 있어서 그 곳에 담았지만 머위순은 큰 병이 없어서 중간 병 하나와 작은 병 하나에 나눠 담았으니까.

올 해는 무슨 바람이 불어 내가 이 난리를 쳤는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너무 힘들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결국 난 담궈둔 장아찌를 아직 한번도 꺼내어 먹지 못했다는 현실. 저것들을 담그느라 너무 힘들었기에 쳐다 보기도 싫다면 이해가 되려나?

몇년 전에 취나물 장아찌 담근 뒤로 한동안 안 했더니 그 새 그 일들의 힘듬을 잊어 버렸던 거다.

한동안 장아찌하고는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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