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에 올인하기로 한 이날.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렸던 곶자왈 도립공원을 나와 간단한 점심을 먹고 방문했다.
점심을 먹은 곳이 환상숲곶자왈공원과 가까운 곳이라 식후에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환상숲곶자왈공원
전화 : 064-772-2488
주소 : 제주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저지리 2848-2)
운영 : 매일 09:00~18시(동절기 17:00 까지) 일요일 오전 휴무
입장료 : 성인 5,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4,000원 도보여행자 4,000원
숲해설시간 : 09:00~15시 매 정시(일요일은 13시부터)
주차장이 넓지는 않았지만 중간 중간 주차 할 곳은 있어서 주차는 가능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뭔가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여기서부터 살짝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내가 본 환상숲곶자왈 공원에 대한 건 제대로 찾아 본 것이 아니었나 보다.
단지 환상숲에 다녀왔다는 글이었고 길가에 주차를 하고 농로같은 길을 따라 들어가서 산 속을 산책했다는 글이었다.
이 글은 아마 아주 예전에 작성된 포스팅 같은데 날짜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숲이라는 것에만 끌렸었나보다.
입장료가 있었다.
그것도 보통 공원이라고 하면 입장료가 2,000원이 대부분이고 앞서 다녀 온 곶자왈도립공원의 경우는 1,000원이었다.
그런데 이 곳은 5,000원이다.
내가 본 글에서 무료 입장 한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를 생각하며 그래도 곶자왈 숲에 대한 특히 환상숲이라는 단어가 주는 오묘함에 입장료를 발권했다.
입장권을 끊을 때 매표소에서 숲해설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길래 난 혼자 그냥 들어가 보기로했다.
그러자 매표소 직원이 30분 정도 걸리는 숲길이라고 이야기 해 줬기에 괜찮다고 했다.
사실 숲해설을 안 들으면 입장료가 저렴해 지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공원 치고는 너무 비싼 입장료였다.
입장을 하자 마자 해설 시작하는 곳이 있는데 이즈음에 동생의 전화가 왔다.
신화월드에서 조카랑 놀고 있는데 거의 다 놀아서 혹시 데리러 올 수 있냐고 했다.
동생의 원래 계획은 신화월드에서 놀고 난 다음 택시를 타고 점보빌리지에 가는 것인데 조카가 점보빌리지에 가는 걸 포기했다고 한다.
동생의 처음 계획은 점보빌리지도 없었는데 조카가 가고 싶다고 우겨서 간 거였는데 놀다보니 피곤하다고 안 간다고 했단다.
그러니 혹시 데리러 올 수 있냐고 묻길래 방금 입장권 끊어서 들어왔는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동생의 계획이 계획대로 된다면 난 환상숲을 보고 난 다음 새별 오름에 갈 예정이었다.
이렇게 또 나의 일정 하나를 날리는 구나.
환상숲은 곶자왈도립공원과는 또 다른 느낌의 숲길이었다.
일단 걷기는 너무도 편안했다.
돌길이라기 보다는 잘 다져놓은 산길 또는 흙길이라 불편함이 없었다.
도립공원과는 다른 숲의 느낌도 좋아서 잠시 멈춰서 주변을 돌아보고 여러 종류의 새소리가 어우러지는 것이 좋아서 잠시 동영상도 찍어 보고 여유를 만끽했다.
이 곳은 천천히 주변을 감상하면서 숲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도립공원이 돌길이라 걷기에 힘들어 주변을 감상하지 못했다면 이곳은 숲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천천히 걷다가 앞선 커플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삼각대를 세워 사진을 찍고 하면 재촉하거나 지나치지 않고 기다려주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뭔가 환상숲이라는 이름때문인지 여유로운 느낌이 충만했다.
데리러 오라는 동생의 전화가 있었지만 전혀 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 곳이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앞서 갔던 숲해설하는 팀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아마도 숲 길이 일직선으로 쭈욱 곧은 것이 아니라 둥글게 둥글게 꼬불꼬불 연결되다 보니 앞서 간 숲해설 팀들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릴 때도 있고 멀리 들릴때도 있었던 것 같다.
일부러 숲해설 팀을 따라 잡기위해 빠른 걸음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천천히 이 숲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느꼈으니까.
진정 여유로운 힐링이 이 느낌인걸까 싶었다.
여태 여행을 다녀도 여행지들을 쫒아 다니느라 정신없이 다녔던 것 같은데 이곳은 그런 급함과 바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너무 좋았던 환상숲곶자왈공원.
하지만 이건 숲길을 걷는 딱 그정도 까지였다.
코스를 다 돌고 났을 때 느낌은 허탈감이었다.
이게 뭐야 싶은 허탈. 심지어 입장료는 가장 비싼 곳이었는데.
허탈했던 이유는 코스가 너무 짧아서이다.
내가 아주 천천히 숲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만끽하면서 천천히 돌았음에도 코스를 다 돌고 나니 10분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30분이 걸린다고 했던건 아마도 숲해설사와 함께 돌면서 해설을 듣는 시간 포함인 것 같다.
숲은 정말 환상적이고 좋았지만 코스가 너무 짧아서 5,000원이라는 입장료가 굉장히 비싸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또한 내가 숲을 천천히 도는 동안 앞서 들리던 숲해설사 일행은 출구의 오른쪽에 있는 건물 아마도 체험관 인것 같은데 그곳으로 다들 가서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숲해설을 같이 했다면 다들 자연스럽게 체험을 하도록 유도가 될 듯한 분위기였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숲 출구가 보이면서 충만했던 숲의 그 느낌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남는건 허탈함.
내가 왜 5,000원이나 주고 이 곳에 들어 왔을까? 라는 생각뿐이었다.
차라리 곶자왈도립공원을 천천히 숲을 느끼면서 돌았다면 더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출구쪽에서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다 보고 나왔다고.
그 말에 동생도 놀라더라. 30분 걸린다고 하더니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고. 혹시 우리때문에 급하게 움직인거냐고.
그건 절대로 아니라고 했다. 코스가 워낙 짧았다고 하고 환상숲을 뒤로 했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환상숲에 대해 묻는다면 입장료 상관없이 곶자왈을 잠시 느끼고 싶다면 가 보라고 하고 싶지만 진정한 곶자왈을 느끼고 싶다면 도립공원으로 가라고 할 것이다.
환상숲은 정말 환상으로 남고 현실은 별로 였던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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