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물은 아닌 듯 싶은데 넷플릭스 드라마 "어셔가의 몰락"
보고 싶은 드라마가 딱히 없었던 탓에 OTT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낮설지 않은 제목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셜록 홈즈 또는 코난 도일을 떠 올렸는데 막상 찾아보니 에드거 앨런 포의 원작 제목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몇 작품 읽지 않았고 어셔가의 몰락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었다.
원작을 읽지 않았으니 드라마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시작을 했다.
어셔가의 몰락
오픈 : 2023년 10월 12일. 넷플릭스
연출 :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 브루스 그린우드(로더릭 어셔) 잭 길퍼트(젊은 로더릭) 메리 맥도널(매들린 어셔) 윌라 피츠제럴드(젊은 매들린)
서맨사 슬로이언(태멀린 어셔) 트니아 밀러(빅토린 라푸르카드) 라훌 콜리(나폴리언 어셔) 케이트 시걸(카미유 레스파나이)
사우리얀 삽코타(프로스페로 어셔) 키이티 파커(애너벨 리) 헨리 토머스(프레더릭 어셔) 카일리 커런(레노어 어셔)
칼 럼블리(오귀스트 뒤팽) 맬컴 굿윈(젊은 오귀스트) 마크 해밀(아서 핌) 마이클 트루코(루퍼스 윌멋 그리즈월드)
루스 코드(주노 어셔) 크리스탈 벨린트(모렐라 어셔) 칼라 구기노(버나)
부와 미래를 쥐기 위해 가족 기업을 일궈낸 무자비한 남매. 하지만 가문의 상속자들이 하나 둘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왕국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1950년대 초반 미혼모 일라이자와 남매의 생활에서 시작된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가족의 모습들.
병든 엄마는 의사의 진료나 약을 거부하고 침대주변에 검은 십자가를 여러개 걸어 놨었다.
결국 그녀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고 로더릭과 매들린 남매는 그들의 친부인 제약회사 포투나토의 CEO 윌리엄 롱펠로우를 찾아가지만 쫒겨난다.
죽은 엄마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남매는 어설프게 관을 짜고 집 마당에 그 관을 묻었다.
그리고 비바람이 심하게 불던 밤 엄마는 죽지 않고 관에서 나와 윌리엄 롱펠로우를 찾아가 죽이고 그녀도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시작되었다.
이 드라마는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되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현재의 로드릭과 매들린은 그들의 친부인 롱펠로우의 회사였던 포투나토의 최고 경영자가 되어 있었다.
로드릭은 제약 회사, 매들린은 IT 쪽인 듯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위를 차지한 두 사람의 행보는 달랐는데 매들린은 자식이 없는 반면 로더릭은 결혼을 해서 프레데릭과 태멀린을 낳았고 그 뒤로 연애와 원나잇으로 많은 자식을 봤다.
어렸을 때 혼외자로 힘들게 컸던 기억이 있던 로더릭은 본인의 혼외자를 모두 인정하고 자식으로 받아 들여서 키웠다.
문제는 가족의 정이 아닌 돈으로 키운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자녀들 모두 어딘가 비틀리고 틀어진 모습들이었다.
로더릭과 매들린의 어린 시절이 지나면 현재의 로더릭이 폐허가 된 그들의 옛집에 오귀스트를 초대 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서 현재(2023년)과 과거(1970년대~80년대)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것 때문에 살짝 집중을 요하지만 보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워낙 시간적 배경이 확연하게 다르고 화면의 색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다가 보게 되어도 이해는 빨리 되는 편이었다.
한 회차에서 여러번 시점이 바뀌기도 하는데 지루하지 않은 진행 방법인 듯 했다.
시간의 흐름대로 쭈욱 진행했다면 지루해서 중도 하차를 고민했을 것 같기도 하다.
1970~80년대는 로더릭과 매들린이 포추나토를 어떻게 그들의 손아귀에 장악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머리도 좋고 실행력도 있었고 둘 사이의 유대관계도 좋아서 중간에 일이 잘못되는 경우도 없었다.
생각하고 계획해서 실행하면 그 어떤 실패도 없었을 사람들인데 문제는 이들에게 도덕적 잣대나 사회 규범의 제한도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다.
거기에 버나를 만나면서 그들의 계획은 조금 더 탄탄하고 현실적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이 꿈꾸던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의 앞에 방해가 되는 인물을 치워가면서.
오귀와 로더릭의 인연은 옛날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관계였지만 역시나 그 관계는 좋지 않게 끝났고 현재에는 서로 반목하는 사이로 만난다.
로더릭의 세상에서 몇명 되지 않는 선하고 바른 사람.
로더릭의 인생에 가장 선하고 바른 사람은 아내였던 애너벨이었다.
그런 애너벨에게도 상처를 준 로더릭의 인생은 거침없어 보였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허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 로더릭의 패착이었을 뿐.
로더릭의 자식들에게는 각자의 어둠이 있었다.
그 어둠은 버나가 등장하면서 극대화 되고 프로스페로부터 한명씩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프로스페로의 경우 가장 단순했던 인물인만큼 고뇌도 없었지만 다른 자식들이 죽음을 받아 들이게 되는 과정들을 보면 그들의 속에 침잠해 있는 악 또는 열등감, 자괴감 등을 자극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사고로 생각했던 로더릭도 사고와는 다르다는 걸 인지하게 되고 그러면서 예전의 일들이 점점 그에게 압박같이 다가온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그 날 밤에 만났던 버나.
그리고 그 뒤의 삶까지.
그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고 오귀스트에게 하나 하나 들려주게 된다.
로더릭의 눈에 보이는 죽은 자식들의 모습.
죽었을 당시의 모습들로 보이면서 점점 로더릭을 압박해 오지만 부정하는 그에게 매들린이 옛일을 환기시켰다.
자식들의 죽음에 모두 관련된 버나의 모습을 보면서 확신을 가지는 매들린이지만 그녀에게는 로더릭과 같은 환상은 없었다.
현상을 조사하고 찾아가던 중 알게 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였지만 매들린도 그 운명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현실적이고 상황에 맞게 판단력도 좋은 매들린도 로더릭과 다른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로더릭의 인생에서 선한 사람들은 아내였던 애너벨 외에 재혼한 아내 주노와 손녀 레노어가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로더릭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었지만 로더릭의 선택으로 주노는 떠나고 레노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레노어의 엄마인 모렐라는 잠시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힘든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딸의 이름을 딴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한다.
로더릭과 매들린까지 모든 어셔가의 인물이 사망하고 이 드라마는 끝이 난다.
포투나토는 해체되고 어셔의 인물들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는 공포 드라마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공포, 호러로 분류가 되어 있었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닥 무섭지는 않았다.
이 드라마를 연출했던 마이크 플래너건은 호러, 공포 장르에서 알아주는 감독인 듯 했다.
나도 여러번 제목을 봤었던 힐하우스의 유령을 연출했다고 하는데 다음에 시간이 되면 한번 봐야겠다.